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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며
이주한
봄, 여름, 가을, 겨울
“넌 어떤 계절이 좋아?”
“난 여름 빼고 다 좋아, 그런데 특히 봄이 좋아.”
아! 봄이 오고 있다. 마음이 설렌다.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싹이 내 마음을 들뜨게 해준다.
봄은 겨울에 잔뜩 움츠렸던 생물이 기지개를 켜고 “나 숨 쉬고 있었어” 하면서 밝은 표정 짓
는 모습을 보여줘서 좋으니까.
나뭇가지에 맺힌 꽃망울을 볼 수 있어 좋고,
봄비가 오면 몽우리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보게 되어 더욱 좋다.
연초록 새싹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다.
꽃망울 같은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예쁘게 자라날까?
여름은 뜨겁다.
열대야는 나를 지치게 한다.
햇볕 아래에서 식물이 자라고 사람들은 땀을 흘린다.
봄에 피었던 꽃이 열매를 맺기까지는 여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을의 풍요로움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야 만날 수 있다.
가을은 풍요롭다.
봄과 여름 내내 땀 흘려 가꾼 생물들의 결실을 가져다주는 계절이다.
그리고 누가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초록으로 시작한 나뭇잎이 어느새 노랑과 주황, 붉
은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올가을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지난주 아흔일곱 해를 살아오신 큰외삼촌의 부고를 받고 광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KTX 차창 밖으로 가을 들판이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한동안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문득 사람의 삶에도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겨울은 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간을 잠시 접는다.
다음 계절을 위해 동면으로 들어가서 봄을 기다린다.
하얀 눈이 덮인 산과 나무를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겨울은 노후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간과도 닮았다.
2026년 9월 21일 월요일
* 본명 : 이주한
* 지체장애
* E-mail : juhan70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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