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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쉬는 자리, 월연정
김보나 조회수:548 118.235.85.29
2025-10-11 11:50:37

햇살이 낮게 내려앉은 월연정.

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오래된 목소리를 데려온다.

그 목소리는 따뜻하다.

그리움 속에 살아 있는 온기다.

어머니는 이 근처 숲속에 머문다.

비석도 화려한 꽃도 없지만, 잔디와 바람, 계절이 그녀를 품는다.

봄이면 새싹이 올라오고, 여름이면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가을엔 낙엽이 덮어주고, 겨울이면 잔잔한 바람과 낮은 햇살이 감싸준다.

자연이 어머니를 대신 돌보는 셈이다.

월연정에 앉으면 강 건너 햇살이 물결에 부서진다.

그 빛 사이로 어머니의 손길이 스며드는 듯하다.

말없이 곁에 있어 주던 사람, 어릴 적 상처 난 무릎을 어루만지던 손길이 이제는 바람의 온도로 돌아왔다.

세상은 흘러가고, 사람은 남는다.

어머니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모습만 달리해, 여전히 삶 속에 머문다.

밥 냄새 속에, 바람 한 줄기 속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강물은 쉼 없이 흐른다.

그 물소리는 속삭이듯 말하는 것 같다.

마음을 내어도 좋다. 그리움이 남긴 자리에도 사랑이 깃들어 있으니까.

가슴이 저려도 괜찮다.

그리움이 어머니와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니까.

월연정의 햇살은 부드럽다.

그 따스함 속에서 삶은 조금 느려지고,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곳에는 여전히, 어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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