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글터

HOME > 솟대평론 > 글터

장애문인의 수필, 단편소설, 동화, 미니픽션 등
(작가 소개 필수)
게시물 검색
500년의 속삭임
김보나 조회수:550 221.164.113.154
2025-10-10 14:12:30

전시실 문을 열자, 공기 속에 500년의 시간이 부드럽게 스며들며 나를 감쌌다.

속 작품들은 빛과 그림자, 잉크와 종이의 층이 서로 번지고 섞이며, 나를 한순간에 과거와 미래가 겹친 공간으로 데려갔다.

시간은 물결처럼 흔들렸고, 나는 그 위를 떠다니는 잔잔한 조각이 된 듯했다.

초상화 속 시선은 살아 움직이며 내 마음을 살짝 스쳤고, 편지와 원고는 세기를 넘어 은은한 속삭임으로 내 영혼을 적셨다.

한 장의 종이, 한 줄의 문장에도 작가들의 감정과 사유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문장은 파문처럼 내 안에서 퍼져,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을 남기는가 하는 질문을 천천히 펼쳐 보였다.

나는 작품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색과 형태, 잉크의 흔적을 읽었다.

마음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숨을 고르며 사유했다.

전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시간을 살아내는 체험이었다.

어느새 나는 500년의 서사 속으로 스며들어,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나선 한가운데 서 있었다.

도록을 품에 안고 전시장을 나올 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품들은 다시 번지며 말을 걸었다.

잉크 냄새와 종이의 질감, 빛의 잔향까지 모두 나를 서사 속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그 속에서 내 존재와 시간을 조용히 마주했고, 이야기의 숨결과 하나가 되었다.

예술은 시간을 담는 그릇이자, 인간 존재를 기록하는 서사다.

전시를 단순히 본 것이 아니라, 500년의 이야기 속에서 숨 쉬고, 걸으며, 사유했고, 색과 빛, 시간과 함께 내 자신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제 그 이야기의 일부로, 그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댓글[0]

열기 닫기

http://www.emiji.net/myboard/menu_lis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