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솟대평론 > 글터
이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주어진 첫 번째 언어다.
어머니의 숨결과 아버지의 소망, 세상의 환영이 한데 얽혀
한 사람의 존재를 부드럽게 감싸는 시작의 울림이다.
이름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세계 속에 새겨진
첫 번째 흔적이자 유일한 표지다.
그러나 이름이 불리지 않을 때, 존재는 희미해진다.
“야”, “저기”라는 대체된 호칭 속에서
사람은 주체가 아니라 익명의 그림자로 흩어진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은 곧 존엄을 잃는 일이며,
내 안의 서사가 들리지 않는 어둠에 묻히는 일이다.
오늘 주간이용센터에서 열린 3차 인권강의의 주제는
“내 이름은 내 권리”였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이름을 또렷하게 발음하며
그 이름 속에 깃든 삶을 당당히 드러냈다.
그 순간, 강의실은 작은 울림으로 가득 찼다.
이름은 더 이상 한 줄의 글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기억, 살아온 흔적, 존재의 뿌리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그의 존엄을 불러내는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승인하는 행위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한 인간을 ‘있다’고 증언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철학적으로, 이름은 인간 존재의 문턱을 여는 첫 언어다.
이름은 나를 타인의 세계와 연결시키는 다리이며,
사회 속에서 주체로 서도록 해주는 가장 근본적인 상징이다.
내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면, 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흐려진다.
그러므로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
그 사람을 고유한 존재로 승인하는 인권의 언어가 된다.
내 이름은 내 권리,
내 선택은 내 권리,
내 삶은 내 권리.
강의가 끝날 무렵, 한 참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제 이름을 더 크게 말할래요. 제 이름은 곧 저니까요.”
그 웃음은 하나의 선언이었다.
인권은 법전에만 기록된 딱딱한 문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 작은 순간에도 살아 있다는 것.
이름을 통해 존엄은 빛나고, 존엄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다가선다.
내 이름은 내 권리.
그 말은 결국,
우리가 서로를 더욱 선명히, 더욱 따뜻하게 불러야 한다는 약속이었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