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글터

HOME > 솟대평론 > 글터

장애문인의 수필, 단편소설, 동화, 미니픽션 등
(작가 소개 필수)
게시물 검색
꽃은 기다림 속에서 핀다
김보나 조회수:550 118.235.82.217
2025-07-14 13:02:32

누군가는 말한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멀리 가야 한다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고.

 

나는 그 말들을 믿었고,

한때는 나도 애벌레들 사이에서

앞만 보고 올라가기만 했다.

 

하지만 꼭대기에 서 보니

높이 오른다고 해서

진짜 세상이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꽃도, 햇살도, 향기도 없었다.

오직 서로의 등을 딛고 선 외로움만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내려왔다.

어쩌면 포기라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것이 나만의 길로 돌아오는 길임을 알았다.

 

세상은 멈추는 걸 두려워한다.

멈춘 이를 게으르다 하고,

기다림은 낙오라 부른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멈춤은 가장 깊은 움직임이다.

고요한 시간 속에서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나는 지금 고치 속에 있다.

어둡고 조용한 그 안에서

나의 날개는 천천히 자라고 있다.

꽃이 기다림 속에 피어나듯

존재도 그러하다.

 

서두르면 꽃잎은 찢기고

조급하면 날개는 구겨진다.

 

진정한 피어남은

속도와 경쟁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존재의 결을 바꾸는 일,

나를 한 번 버리고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나는 아직 고치 속에 있다.

하지만 그것은 멈춤이 아니다.

곧 다가올 내 안의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꽃은 고요한 시간을 거쳐

비로소 그 빛을 드러낸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leook@hanmail.net

댓글[0]

열기 닫기

http://www.emiji.net/myboard/menu_lis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