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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보내온 안부
김보나 조회수:572 221.164.113.154
2025-07-02 09:17:57

흙을 머금은 마음 하나가, 조용히 내게로 왔다.

말도 없이, 오래 묵은 숨결과 함께.

투박한 겉모습 아래엔, 뿌리의 시간과 견딤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감자의 흙을 천천히 털어낸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어딘가 묻은 것을

조금씩 닦아내며 살아가는 게 아닐지 생각한다.

상처도, 흔적도,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김이 피어오르고,

감자는 천천히 속을 풀어놓는다.

서두르지 않는 시간,

그 안에서 온기가 스며든다.

 

삶도 다르지 않다.

버티고, 데워지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람도 제 온도를 찾아간다.

 

달큰한 양념이 스며들며

감자는 천천히 제 속살을 드러낸다.

그건 단순한 맛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야 닿을 수 있는,

부드러운 위로다.

 

감자가 노릇하게 익어간다.

구겨지고, 깎이고,

때론 부서지기도 하지만,

결국, 제 빛을 찾아간다.

 

사람도 그렇다.

모난 날을 지나고, 아픈 시간을 건너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또 조금씩 깊어진다.

 

흙이 보내온 안부는

견딤 끝에 전해지는,

조용하고 따뜻한 사랑이었다.

 

나는 오늘, 이 감자를 익히며

사람도, 마음도

그렇게 천천히, 부드럽게

익어간다는 걸 다시 배운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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