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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순두부가 좋다.
간장 몇 방울을 조심스레 떨어뜨리면 금세 스며들어 본래의 빛을 조금 잃는다. 그러나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 수용이다.
부서지고 무너져도 끝내는 맛을 품어내는, 그런 존재. 나는 그 부드러움의 결을 사랑한다.
삶은 종종 단단함을 요구한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언제나 순두부에 가까웠다.
단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견고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고 속삭여주는 그 질감.
부드럽다는 것은 결코 약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끝까지 품고, 스며들고, 따뜻함을 잃지 않는 방식의 강함이었다.
어린 날 식탁 위에는 늘 하얀 순두부가 올랐다.
반듯하고 얇은 사기그릇 안에 담긴 그 고운 백색은, 말수 적던 어머니의 사랑을 닮아 있었다.
손끝으로 조심스레 떠낸 순두부 한 숟가락.
그것은 온도였고, 태도였고, 삶의 방식이었다.
자극 없는 그 부드러움은 오히려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그 조용한 위로의 방식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거칠고 날 선 세상 속에서도, 다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다정하게 부서지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온기를 잃지 않기 위해 내 안의 순도를 지키고자 했다.
순두부처럼 살고 싶었다.
지금도 삶이 무거운 날이면, 순두부를 끓여 먹는다.
뜨겁지 않게, 차갑지도 않게.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온도에서, 말 없는 위로 한 그릇을 조용히 받아든다.
진짜 위로는, 언제나 고요한 얼굴로 다가온다.
그 순백의 온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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