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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
도시의 속도가 느려지고,
일상의 소음은 잠시 멈춘다.
기표소 앞, 발걸음이 차분해진다.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한 마음이 모인다.
선거는 제도 이전에 윤리다.
그 윤리는 수많은 얼굴들 사이에서 시작된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이의 굳은 손,
버스를 놓칠까 뛰는 아이의 어깨,
주저앉은 노인의 호흡,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진 이들의 침묵.
그 삶들을 기억하는 일이 정치의 첫 문장이다.
기표소는 가장 작지만 가장 깊은 방이다.
그 안에서 한 표는
힘의 대결이 아니라 감각의 선택이 된다.
누구의 고통을 보려 하는가.
누구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가.
누가 말 없는 이들의 편에 설 것인가.
한 표는 그러한 물음들에 대한
침묵 속 응답이다.
정치는 거창한 언어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느 날 사라진 장애인 보호작업장의 예산,
한 도시의 돌봄 공백,
누군가의 병실 앞에 놓인 약봉지처럼
작고 구체적인 현실의 무게로 작동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투표는
이념도 당파도 넘어서,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사회’를
지향하는 의지의 표현이 된다.
정치는 제도를 고치지만
시민은 삶을 만든다.
한 표는 그 둘 사이를 잇는 징검돌이다.
누구도 특별하지 않은 얼굴로
공동체의 내일에 손을 얹는 행위.
그 소박하고 단단한 책임이
민주주의를 조금씩 전진시킨다.
투표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더 나은 내일을 견디겠다는 선언이며
더 나은 공동체를 견인하는 시작이다.
오늘, 그 한 칸에 찍힌 점 하나가
누군가에겐 등받이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물 한 모금이 된다.
삶은 여전히 벅차고 정치는 여전히 느리지만,
그 느린 걸음을 멈추지 않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시민의 한 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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