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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라고 다 같은 하루는 아니다.
누구에게는 그냥 나이 하나 더 먹는 날일 수 있지만,
나에게 오늘은 그저 생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왔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조용히 확인받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래, 또 하루가 시작됐구나.”
무언가 거창한 기대보다 그저 평범한 하루로 시작했는데,
그 안에 작고 깊은 기쁨들이 하나씩 숨어 있었다.
딸과 사위가 새 노트북을 건넸다.
“엄마, 그 노트북 너무 오래됐잖아요. 이제 이걸로 더 편하게 쓰세요.”
포장을 열자 낯선 반짝임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마음이 이상했다. 기계 하나를 받았을 뿐인데,
마치 내 오랜 수고를 누군가가 알아봐준 것 같았다.
그들이 준 건 단순히 새 전자기기가 아니었다.
나의 시간, 나의 글, 내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존중이었다.
이제 이 노트북으로 나는 다시 나의 세계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강의 자료를 만들고,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쓰고, 때론 단어 하나에 오래 머물면서
내 삶을 천천히 되짚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생긴 것이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쓰고 배우고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고맙고 귀한 일이다.
그리고 남편과 나는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
멀지 않은 곳, 특별한 목적도 없다.
그저 오랜 시간 함께 견뎌낸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준비한 조용한 쉼표 같은 시간이다.
운전대를 잡은 남편 옆자리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묻는다.
“우리도 참 오래왔다, 그치?”
남편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미소 안에 말이 없지만, 모든 대답이 담겨 있었다.
병원에서 함께 한 시간, 늦은 강의를 마치고 기다려주던 밤,
내가 가장 약했을 때도 가장 조용히 곁을 지켜준 사람이었다.
우리가 함께인 지금 이 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만의 날이 아니다.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한 사람들,
지금의 나를 가능하게 한 사랑들과 함께 쓰는 하루다.
생일은 내가 살아온 인생을 스스로 축하해주는 날이자,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새 노트북의 첫 화면을 켜며 나는 속으로 말했다.
“이제 다시 써보자. 지금 여기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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