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글터

HOME > 솟대평론 > 글터

장애문인의 수필, 단편소설, 동화, 미니픽션 등
(작가 소개 필수)
게시물 검색
존엄은 기억 속에 깃든 불씨였다 – 『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읽고
김보나 조회수:641 118.38.34.17
2025-04-21 09:50:29

어느 날 내 안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나는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은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머물다가, 게랄트 휘터의 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통해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책은 말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을 지닌 존재라고.

누군가의 인정에 의해 부여되는 훈장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빛나는 불꽃이라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문득 내가 얼마나 자주 내 존엄을 타인의 평가와 기준에 저당 잡혀 왔는지를 돌아보았다.

 

게랄트 휘터는 신경과학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만, 그 시선은 과학자의 눈을 넘어서 한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뇌가 어떻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엄을 기억하고, 때론 그것을 잃고 다시 회복하는지를 들려줄 때, 나는 그것이 뇌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삶 전체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다.

 

존엄이란, 고요한 강물 속 돌 하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잊고 살던 나를 다시 꺼내어 안아주는 일.

휘터는 사회가, 학교가, 가정이 우리 안의 존엄을 어떻게 훼손해 왔는지를 조목조목 짚어주며, 동시에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의 문도 함께 열어준다.

그 문은 다름 아닌 **‘관계인식’**이라는 열쇠로 열리는 문이었다.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 타인의 존엄 역시 가볍게 여겨진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수직적인 구조를 거부하고, 수평으로 연결된 인간 공동체를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은 어떤 거대한 이론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마치 어릴 적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정서적 순례기에 더 가깝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는 더 조심스럽고, 더 깊고, 더 따뜻한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단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서.

 

존엄은 무언가를 이룬 자에게 주어지는 휘황한 메달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한 사람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숨겨진 가장 아름다운 거리다.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오늘 나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한다.

고개를 들고, 눈을 맞추고, 조용히 말한다.

 

"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히 존엄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잊고 살았던 나에게도 말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고.“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댓글[0]

열기 닫기

http://www.emiji.net/myboard/menu_lis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