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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면지를 버리지 않는다.
버려진 문장 뒤의 여백, 지나간 해의 수첩들,
그 모든 종이는 나에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사람들은 오래된 수첩을 정리하며, 낡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오래되었기에 더 따뜻하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회의록이었을 그 종이에
나는 이제 나만의 문장을 꾹꾹 눌러쓴다.
오래된 날짜, 지나간 해가 적힌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더 나이 든 내가 되어
어느 날, 그 시간 위에 나를 적는다.
종이는 시간을 품고 있다.
그 종이 위에 쓰는 글은
나의 생, 나의 기록, 나의 증언이 된다.
글은 그렇게 다시 태어난다.
버려진 자리에 다시 씨앗이 심기듯이.
나는 종이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 수첩들은 책정이 되어 나를 기억하고,
나의 생각들은 거기서 뿌리를 내린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이 작은 실천 속에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들을 조용히 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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