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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만우절은 단순한 장난의 연속이었다. 칠판 위에 놓인 분필 가루, 친구의 의자를 살짝 당겨 앉으려는 순간을 기다리는 짓궂은 장난. 그때는 거짓말이란 단순한 웃음을 위한 도구였고, 서로가 속고 속이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만우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하루는 단순한 거짓의 날이 아니라, 진실을 가장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날이 아닐까.
몇 년 전,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우리는 ‘가장 황당한 거짓말’을 해보자며 게임을 시작했다. 한 친구는 “나 사실 왕족의 숨겨진 후손이야”라고 했고, 다른 친구는 “나 우주 비행사가 되어서 곧 화성으로 떠나”라고 장난쳤다. 또 다른 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사실 난 전생에 고려 시대의 학자였어. 이름도 있어. 최문경이라고.”라고 말했다.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고, 나는 지지 않겠다는 듯 “내 전생은 신라의 시인이었대. 그래서 아직도 글을 쓰고 있나 봐.”라고 맞장구쳤다.
모두 황당한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바람과 꿈이 숨어 있었다. 한 친구는 평범한 삶을 살지만, 언젠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했고, 다른 친구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여전히 품고 있었다. 전생을 운운한 친구들은,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은근한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내 이름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농담처럼 말한 것이었다.
거짓말이라는 옷을 입은 채, 우리는 가장 솔직한 고백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은 정말 진실일까? 혹은, 거짓 속에서도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때때로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간다. ‘나는 괜찮아.’ ‘별일 아니야.’ 하지만 만우절만큼은, 조금 더 솔직해져도 되는 날이다. “사실은 힘들었어.” “나 외로웠어.” 이런 말들도 장난처럼 던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날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오늘, 나는 어떤 거짓말을 해볼까? 그리고 그 거짓말 속에서 어떤 진실을 발견할까?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만우절의 장난은 ‘나는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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