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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흰 모자를 썼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모자를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거울 앞에 서서 모자를 쓴 순간, 비로소 오늘의 내가 완성된다.
나는 흰 모자를 오래 좋아해 왔다.
머리가 단정하지 않은 날에도, 염색하지 않았던 흰머리가 드러나던 시절에도, 이 흰 모자는 나를 감싸는 부드러운 경계였다.
어떤 날은 방어막처럼, 또 어떤 날은 위로처럼 다가왔다.
챙도 없이 조용히 머리에 얹히는 그 모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침묵 속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스럽고 투명한 색, 어디에도 묻히지 않으면서도 어떤 옷차림에도 스며드는 너그러움.
나는 그 담백함이 좋다.
겉모습을 치장하는 것보다, 나의 마음을 정돈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 모자는 알고 있는 듯하다.
흰 모자를 쓰면, 나는 감정의 표면을 한 겹 덮는다.
너무 드러내지 않고, 너무 감추지도 않고, 다만 나를 있는 그대로 다독인다.
어느 날은 햇빛보다 그 모자가 더 따뜻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오늘 내가 가장 마음에 든 패션 아이템은, 단연 이 흰 모자다.
유행도 장식도 없지만, 나의 시간과 감정을 조용히 덮어주는 이 한 조각의 고요.
나를 닮은, 나의 작은 쉼표.
오늘도 나는 나를 쓰고 있다, 흰 모자처럼.
무심한 듯 따뜻하게, 내 하루를 덮는 흰 감성.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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