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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 잊고 있던 위로 한 장
김보나 조회수:613 118.235.85.224
2025-03-12 16:38:45

봄이 오기 전, 재킷을 꺼냈다. 겨울의 끝자락, 무심한 듯 지나온 날들 위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거울 앞에서 단정하게 여민 옷깃은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한 오늘을 약속하는 듯했다. 그리고 아무 의식 없이 손을 넣은 주머니 속,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감촉이 손끝에 스쳤다.

 

조심스럽게 꺼낸 지폐 한 장.

감정이 한순간 고요히 흔들리는 순간

구겨졌지만 품위 있는 색감의 그 지폐는, 단순한 종이 그 이상이었다.

 

갑작스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이 밀려왔다.

그 돈이 단지 '뜻밖의 행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오래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였고, 잊고 있던 격려였다.

괜찮아,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지.”

그 말이 지폐의 주름 사이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 돈은 분명 어떤 날의 흔적이었다.

강의가 끝난 뒤 급히 넣었거나, 생활비 일부를 잠시 감춰두었다 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다시 내 손에 들린 순간, 단순한 금액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마치 시간이 돌고 돌아, 지금의 내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도착한 메시지처럼.

 

나는 그 돈으로 무언가를 사지 않았다.

그저 한참을 바라보다 조심히 지갑에 넣었다.

지금은 쓰는 돈이 아니라, 품고 있어야 할 마음 같았다.

살아낸 시간의 무게,

묵묵히 견뎌온 날들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기에.

 

우리는 가끔, 자신을 잊고 산다.

해냈던 일보다 아직 못한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작은 기쁨보다 무거운 걱정에 무릎이 휘청인다.

그러나 주머니 속 지폐 한 장이 말해준다.

넌 꽤 훌륭하게 살아오고 있어.

 

잊고 있던 위로는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주머니 속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말없이 우리 마음을 다독인다.

 

'구겨진 지폐 한 장,

숫자보다 먼저 가슴을 두드린

너의 말.

 

기억조차 흐릿한 어느 날의 나,

지금의 나에게 속삭인다.

 

무너지지 않아 줘서 고마워,

쓰러지지 않고 걸어와 줘서 고마워.”

 

지폐 한 장,

내 삶이 내게 보낸

가장 값진 위로였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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