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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긋는 사람들,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
김보나 조회수:631 118.235.85.102
2025-03-10 15:11:39

며칠 전 강의에서 나는 청중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다.

저는 장애인일까요, 아닐까요?”

이 물음 속에는 사회가 만들어낸 경계에 대한 깊은 의문과 그 경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었다.

강의실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이들이 잠시 멈추어, 내가 던진 질문을 마음속으로 곱씹고 있었다.

어떤 이는 단순히 그 물음에 답을 찾으려 했고, 어떤 이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자 했다.

 

그때, 한 사람이 조심스레 말했다.

"안경을 쓰셨으니까, 장애죠."

그 말에 난 잠시 멈칫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장애인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전문가였다.

그 사람의 말 속에서 나는 장애라는 개념이 단순히 신체적 한계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고 제시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감수성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였다.

 

안경을 벗으면 흐려지는 세상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장애를 다르게 인식한다.

내가 안경을 벗은 순간, 세상은 흐려졌지만, 그 세상이 내가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분명히 달라졌다.

내가 안경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은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나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왜 다른 존재로 구분되고, 경계 지어져야 하는가?

장애는 단지 신체의 결함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경계선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장애를 지닌 내부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외모나 외적 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다.

나는 2016년에 신장이식을 받았다.

그전에는 오랜 시간 혈액투석을 하며 몸을 지탱했다. 내 몸속의 장기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이식된 신장은 면역억제제를 먹어야만 내 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도 몸이 나를 배척할 수 있고, 감기 하나도 위험이 될 수 있다. 내 몸은 예전처럼 나의 몸이 아니게 되었고, 나는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내부 장애인이다.

하지만 내 장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힘들어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에서 장애인 좌석에 앉으면 눈치를 보기도 하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면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걸을 수 있다고 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장애는 사회가 붙이는 이름일 뿐이다. 그 이름은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붙여졌다고 믿어지지만, 사실 그 이름은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나는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어떤 경계를 만들고 있습니까?"

"그 경계 너머에는 누가 있고, 그들은 왜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그 질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우리는 그 경계를 허물어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그 경계를 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경계를 긋는 사람들,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

나는 그 경계를 허물고, 그 너머의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사회에서, 내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이 글 속에서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본명 :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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