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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카페 미지니에서 한 조각의 밤을 마주하다
김보나 조회수:620 118.235.82.173
2025-02-26 15:02:28

저녁을 마치고 2층으로 향했다.

여주의 밤은 낮보다 조용하고, 조금 더 깊었다. 그 적막을 타고 카페 미지니라는 이름이 내게 다가왔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울림. 마치 오래전 어디선가 스친 적이 있는 이름 같았다.

 

문을 열자, 깊은 커피 향과 함께 작은 세계가 펼쳐졌다. 이곳에는 눈에 띄게 화려한 장식도,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도 없었다. 대신, 손때 묻은 책과 따스한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는 공간이 있었다. 벽을 가득 채우지는 않았지만, 의지 위에 놓인 책들이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사장님의 그림들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낯선 얼굴을 한 풍경들, 어딘가 익숙한 감정을 품은 색채들.

 

그림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동안, 마치 누군가의 내밀한 기억을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시간과 감성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었다.

 

커피는 테이크아웃할 생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누군가 펼쳐둔 책 한 권이 놓여 있었고, 조용한 음악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어떤 문장이든 서둘러 읽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 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천천히, 오롯이 머물러야만 했다.

 

나는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림을 다시 찬찬히 바라보았다. 선 하나, 색채 하나에도 사장님의 손길과 시간이 묻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물며 무엇인가를 느끼고 가는 것이 아닐까.

 

손에 쥔 커피는 향기만으로도 이미 위로가 되었다. 한 모금 머금자, 마음마저 따뜻해졌다. 깊어진 밤, 카페를 나서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이곳은 누군가의 기억이 쌓이고,

누군가의 감정이 스며들고,

누군가의 시간마저 머무르는,

작은 서재이자, 조용한 갤러리이다.

 

나는 커피 한 잔을 들고나왔지만, 마음속에는 깊은 여운을 품고 돌아왔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그때 나는 또 어떤 한 조각의 밤을 마주하게 될까.

 
 
본면: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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