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글터

HOME > 솟대평론 > 글터

장애문인의 수필, 단편소설, 동화, 미니픽션 등
(작가 소개 필수)
게시물 검색
초록빛 안부
김보나 조회수:617 118.235.83.100
2025-02-18 11:02:29

문고리에 걸린 미나리 한 묶음.

말없이 다녀간 손길이 있었다.

누군가의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다.

나는 그 마음을 한 줄기 한 줄기 손에 쥐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싱크대 앞에 서서,

찬물에 미나리를 담갔다.

물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초록빛,

부드러운 줄기가 손끝을 스친다.

이 미나리를 누가 내게 건넸을까.

서로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정해진 순서대로 삶이 이어져 가는 것을

그 손길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끓는 물에 미나리를 살짝 데치며

봄의 향기가 퍼져 나갔다.

뜨거운 김 속에 숨어 있던 향,

내 뇌리에 맴도는 그리운 느낌.

양념을 준비하며 나는 다시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봄이면 미나리 한 묶음을 사 오시곤 했고,

윗잎은 따로 전을 부쳐 먹었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나오는 그 맛,

그 온기가 지금, 이 미나리에서 다시 느껴진다.

 

한쪽에 따로 남겨둔 미나리의 윗잎은

그대로 전을 부쳤다.

기름에 지글지글,

노릇하게 익어가는 소리가 부엌에 퍼졌다.

한입 베어 물자,

바삭한 전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고소한 맛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문 앞에 두고 간 미나리,

그 정은 말없이 전해졌고

나는 다시 말없이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 없이

미나리전 한 조각을 그 사람을 떠올리며

입안에 담았다.

 

세상에 말이 없어도,

이렇게 마음은 잘 전해지는 법.

문을 열고,

초록빛이 가득한 오늘을,

이 따뜻한 기억을 가슴에 품는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댓글[0]

열기 닫기

http://www.emiji.net/myboard/menu_lis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