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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먹는 시간
김보나 조회수:636 118.235.85.40
2025-02-17 12:34:37

겨울 바다가 천천히 몸을 뒤척였다.

소리 없이 밀려오는 파도,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그리고 그 곁으로 나아가는 우리.

 

일요일, 우리는 기장으로 향했다.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 큰딸과 사위는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뒷좌석에서 손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두 팔을 들었다.

 

대게! 대게 먹으러 간다!”

 

그 말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기다림과 확신이 담긴 외침이었다. 손녀에게 좋은 날은 이렇게 분명했다. 좋아하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날.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다가 멀리서 반짝였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망설임 없이 기쁨을 표현하던 시절이 있었을까.

 

기다림의 풍경

 

기장시장 총각네 대개 집에 도착했다. 수조 안에는 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손녀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게가 나한테 인사했어!”

 

우리는 웃었다.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눈에는 세상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올 테니까.

 

우리가 자리에 앉자 손녀는 두 손을 모으고 주문을 기다렸다. 그녀의 손안에는 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몇 번이고 물었다.

 

언제 나와?”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사람은 평생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산다. 행복은 언제 오는지, 기다림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 모든 것들은 언제 우리 앞에 놓이는지.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대게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상에 올랐다.

 

껍질을 깨물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껍질을 깠고, 큰딸과 사위도 능숙하게 살을 발랐다. 하지만 손녀는 기다릴 수 없었다. 작은 손으로 대게 다리를 집어 들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 맛있어!”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입안에서 퍼지는 바다의 맛, 부드럽게 씹히는 하얀 속살. 손녀는 연신 입을 벌리며 한 점, 두 점, 계속해서 게살을 베어 물었다.

 

나는 문득 오래전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머니가 내 밥그릇에 게살을 올려주던 어린 시절.

그때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저 그 맛이 좋아서, 그저 그것이 내 앞에 놓인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이제는 내가 손녀의 접시에 게살을 올려준다.

그리고 내 남편이 여전히 조용히 내 접시에 게살을 올려준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어떤 마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바다를 먹는 시간

 

식사가 끝날 무렵, 손녀는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등을 기대었다. 창밖 바다는 어느새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할머니, 또 오자!”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또 오자.”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다시 올 것이다.

기억이 흐르는 한, 사랑이 이어지는 한.

그리고 언젠가 손녀가 자라 다시 이곳을 찾게 되더라도, 이 맛을 떠올릴 때면 우리와 함께했던 이 시간이 떠오르기를.

 

그때 그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대게를 먹는 식사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바다를 먹었고, 시간을 씹었으며,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는 것을.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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