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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천천히 끓어오른다. 바닷바람이 스치는 창가, 흔들리는 식탁 위에서 갈미 샤브샤브가 깊은 향을 퍼뜨린다. 김이 올라오는 냄비를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그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들었다. 얇은 갈미조개살이 육수에 닿자 부드럽게 풀어졌다. 오래 끓일수록 깊어지는 국물처럼, 우리도 긴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IMF의 거센 파도를 넘어섰고, 병실에서 버틴 시간도 있었다. 내 몸이 버거울 때 그는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고, 강의와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삶을 우려냈다.
나는 국물을 한 숟갈 떠먹는다. 묵직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이 맛을 알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밤을 견뎌야 했을까. 함께한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했다.
그가 내 앞에 고기를 건네며 말없이 웃는다. 그 시선에 오랜 다정함이 담겨 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붙잡고 삶을 끓여왔다.
국물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삶도, 사랑도, 우려낼수록 진해지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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