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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선선생님이 손수 만들어준 청포묵 한 접시가 내 앞에 놓였다. 맑고 고운 빛깔의 묵은 한눈에 정성을 담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한 조각 떠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번졌다. 단순한 한 끼의 음식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과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맑은 물에 녹두의 본질을 담아 끓이고 저으며, 천천히 굳어지는 과정을 나 선생님이 묵묵히 지켜봤을 것이다. 열의 세기를 조절하며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는 일은 어쩌면 그리움과 닮았다. 마음을 다해 기다린 끝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에서 묵과 삶은 닮은꼴이다.
묵을 한 조각 한 조각 입에 넣을 때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한여름이면 어머니는 묵을 만들고는 마당에 식혀 두셨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던 그 시절, 우리는 묵이 굳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 기다림 속에 피어났던 조용한 행복과 평화가 떠올랐다.
나 선선생님이 건넨 청포묵에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었다. 어릴 적 나를 품어줬던 따뜻한 기억과, 지금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나 선생님의 마음이 겹쳤다. 그 묵은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위로하는 선물이었다.
청포묵 한 접시를 비우고 나니 문득 다짐이 생겼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정성과 기다림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묵처럼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
그날, 청포묵은 내게 삶의 또 다른 가르침을 주었다.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정성을 완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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