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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겨울의 숨결
김보나 조회수:659 118.235.85.184
2025-01-11 12:21:22

고요한 새벽, 온 세상이 잠든 사이에 나는 일어났다.

창문 너머로 얇게 깔린 서리가 길을 덮고 있었다. 겨울은 한 걸음씩 발소리를 감추며 내게로 와 있었다.

이불 속에서의 온기가 미련처럼 남아 있었지만, 나는 조심스레 방에서 빠져나왔다.

 

부엌에 들어가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불을 켰다.

물이 끓는 소리는 마치 오래된 기억 속에서 퍼지는 작은 물결 같았다.

나는 찻잔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차에서 올라오는 김은 고요한 아침 공기와 섞여 나지막한 속삭임처럼 느껴졌다.

 

창가에 앉아 차를 홀짝이며 세상을 바라본다.

저 멀리 길고 낮은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겨울의 태양은 여전히 여리고 조심스럽다. 창문 밖의 풍경은 어딘가 서늘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웃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나뭇가지 위에 앉아 몸을 털고 있는 참새, 아직 조용한 거리.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나를 감싼다.

 

문득 어린 시절 겨울 아침이 떠오른다.

창문에 성에를 그리던 손가락의 차가움, 군불을 때던 할머니의 손길, 장작 타는 냄새.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이 차 한 잔과 겹친다. 시간은 흘렀고, 계절도 지나갔지만, 내 안의 풍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주말 아침, 나는 생각한다.

삶은 어쩌면 이런 작은 순간들의 집합일지도 모른다고. 거대한 계획이나 위대한 목표가 아닌,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각들. 찻잔 속 따뜻한 물이 내 손을 데워 주고, 먼 그곳에서 새소리가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 시간.

 

오늘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뛰어가지 않아도 좋겠다.

잠시 멈추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과 함께 숨을 쉬는 주말 아침으로 남겨두자.

겨울이 전해주는 잔잔한 서사와 깊은 감성을 들여다보며 나는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난다.

 

본명 :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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