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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이별
이주한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
용처럼 기상하려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두 달이 휙 지나가 버렸다.
*
올 한 해 나에게 벌어졌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네 가지 ‘고’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 읽고, 글 쓰고, 음악 듣고, 방송하고...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 빼고 제일 많이 투자하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일이라서 즐거웠다.
한국 장애인 예술협회에 등록하여 처음으로 작가라는 칭호를 듣게 되었다.
자존감이 생겼고, 지인에게 자랑도 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모습이 좋다면서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훈훈한 글 해낙낙 글쓰기 동아리 문우들의 주옥같은 글을 만날 수 있었고, 소중한 물건, 그 시절 어느 여름, 가장 찌질해 보였던 순간의
내 글도 썼다.
지난달엔 내가 만나고 싶었던 그녀 J (故 장영희)를 내 글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방송 대본 쓰기와 DJ 교육 이수 후 고양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뜻있게 지냈다.
이 같은 일련의 일은 새해를 맞이했던 년 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
재작년 9월 가족 행사 때 밝은 모습이었던 형수.
작년 3월 이후 갑상선 암으로 병원 입 퇴원을 반복하였다. 영종도 딸네 집에서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달에 접했다. 아마 걱정할 까 연락을 안 해 준 것이다. 찾아뵈려고 연락하면 항체와 면역력 때문에 대면을 극구 말려서 병문안도 못 갔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작년 추석 때 겸사겸사 형님과 조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찾아갔다.
머리는 삭발, 털벙거지 모자를 쓰고 침대 한 귀퉁이 앉아서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맞잡았고, 순간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서방님 나 오래 살 거예요”ㅡ형수님이 한 첫말이 가끔 머리에 떠오른다..
‘생명의 끈이 짧았다.’
생명의 끈ㅡ끈의 길이는 누가 정해 주는 걸까? 늘리고 줄일 수 없는 명줄...
올해 1월 19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나하고는 용띠 동갑이었는데.,,
먼 나라로 떠난 그날, 딸내미 생일이라 가족 모두 서울 논현동 딸네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연락받았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장례를 치르고 한동안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있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 줘야겠다는 마음 다짐도 했고.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 가지 못했다.
익숙함에 길들어져서 무엇이 소중한가를 잃고 소홀히 할 때가 많았다.
*
다가오는 새해에 어떤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한 어떠한 슬픔, 이별이 나를 비켜가지 않고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을사년은 기쁘고 좋은 일을 더 많이 만들고 나의 글 밭에 좋은 거름을 줘서 글 나무가 잘 자라도록 소망해 본다.
* 본명 : 이주한
* 중증 지체장애
* E-mail : juhan70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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