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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_김태우
emiji 조회수:3433 211.193.40.173
2017-01-03 18:26:00

자물쇠

 

 

김태우

 

외출을 하고 나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숫자로 된 디지털 열쇠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열쇠에 입력된 숫자를 잘못 눌렸나 생각을 하면서 또박 또박 다시 눌려도 뿅뿅 소리가 나지 않으면서 먹통이었다. 작동이 제대로 된다면 비밀번호를 누르고 30초 안에 방에 들어갈 수 있는데 열쇠가 고장이 났는지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 달간 편의점에 경사로나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보행약자 접근성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조사한 내용을 워드로 작성하고 제출해야 되는데, 척수손상으로 직립 보행이 힘든 생태에서. 급한 대로 열쇠를 수리하는 곳으로 전화를 걸려고 해도 전화번호도 모르거니와, 집안에 들어가서 문서를 작성하고 늦어도 오후5시까지 메일을 사무실로 보내 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보였다. 손목시계를 처다 봤더니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메일을 받기로 한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속사정을 얘기 했더니 빨리 문을 열고 메일을 보내 주어야 된다는 얘기뿐이었다. 사무실에서도 나의 메일을 받고 6시까지 관공서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개인사정으로 핑계도 될 수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쇠를 따거나 고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고 열쇠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번호를 천천히 눌려도 소리가 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에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인해도 번호는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이었다.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번호를 잊어버릴까 현관문 열쇠 비밀번호를 휴대폰 메모지에 저장해 놓은 상태이다. 집사람이 나를 모르게 열쇠 비밀번호를 바꿀 리는 없고 별의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집사람에게 휴대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아 애만 타게 했다.

닭 쫓던 개 지붕을 처다 보듯이 고장 난 열쇠 번호만 계속 눌려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열쇠를 수리하는 전화번호를 114에 전화를 걸어 알아내고 전화를 걸었더니 외곽지로 출장 중이라 족히 한 시간 반이 걸린다는 얘기였다. 속으로 화가 나면서 알았다고 하면서 끊어 버렸다.

손에 들고 있던 모니터링 서류를 만지작거리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실은 열쇠 상태가 좋지 않아 한밤중 알람을 울리면서 잠을 깨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게으른 탓에 오늘이 올 것이 왔다는 속담처럼 이제까지 조사를 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생각에 내 자신의 한심해 보였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또다시 아내에게 휴대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승강기 문이 열리면서 아내는 나를 보더니,

“왜 문 앞에 서 있어요?”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잠금장치가 고장이 났는지 문이 열리지 않아 문 앞에 서있다고 했더니. 아내는 웃으면서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면서 문을 여는 것이었다. 열쇠가 고장이 나면서 비밀번호 없이도 문을 열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말을 듣게 되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심 왜 문을 열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게 했다.

다행히 집 사람이 들어오면서 문을 열어주어 서류를 작성하고 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현관문에 잠금장치 없이 당분간 사용을 하면서 시간이 되면 열쇠를 고치던지 새것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며칠 동안 열쇠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고 문을 열고 닫는 것이 몸에 익숙해지자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집밖으로 오갈 때 번호를 누르는 부담이 없게 되었다. 두드리면 문이 열린다는 예수의 말처럼, 열쇠로 인해 집에서 외출을 하면서 신경을 썼던 일을 덜게 되면서 열쇠가 필요 없어 보였다. 열쇠가 고장 난 것을 집에 함께 사는 작은 아들과 셋만 아는 상태로 면역이 되었는지 자물쇠 없이 생활하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식구들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아 보름 이상을 자물쇠 고장을 방치하게 되었다.

옛날에 우리 선조들이 집에 대문 없이 사는 호사를 우연히 누리게 되자 마음이 홀가분해 보였다. 현관문에 열쇠가 있으면 조건 반사로 비밀 번호 없이 삼척동자도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설마하니 도둑들도 집 앞에 와 있어도 잠금장치가 고장 난 것은 생각도 못할 일로, 비밀번호를 눌려야만 문이 열리면서 들어 올수 있는 것을 생물학적 충동은 아니지만 학습을 하면서 안 상태이다. 자물쇠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일상생활에 편리한 절연재로 자리를 잡아오고 있다. 출입구 자물쇠는 집안의 자산이나 가족의 신변의 안전을 지켜주면서 외부로부터 긴장을 해소(解消)* 시켜주면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루는 사위와 딸이 육지에 휴가를 받아서 오랜만에 집에 들어오면서,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하느냐며 딸이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승강기 안전공사에 근무를 하는 사위는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십자드라이버를 찾아서 디지털 자물쇠를 손을 보더니 잠금장치 나사가 풀리면서 옆으로 밀려 열쇠가 고장 났었다고 하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는 열쇠가 또다시 고장 났다고 전화를 해주면 열쇠 값을 드릴 테니, 즉시 교체해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딸이 부모의 안전을 위해 걱정을 해주는 말을 듣는 순간, 동식물이나, 사람은 생활을 하면서 습득 한데로 행동하면서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고장이 났던 자물쇠를 보면서 다시금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일이나 감정을 풀어서 없애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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