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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자 외 2편
김경식
김천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니
주말이라 빈자리가 없다
다들 피곤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똑똑한 전화기만 들여다본다
기차가 영동역에서 끼익 서자
할머니 두 분이 무말랭이 같은 손으로
큰 보따리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계단을 기우뚱 오른다
한때, 저 두 다리로 팔도를 유랑하며
산나물 뜯어 팔아
자식들 키우는 재미로
삶을 지탱했을 것이다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빈자리가 없자
보따리에서 신문지를 꺼내 바닥에 깔고
서로의 엉덩이를 붙이고 굽은 등을 맞대어
세상에서 가장 낮고 편한 의자로
기차소리 자장가 삼아 잘도 주무신다
나도 그 의자에 한번 앉고 싶다
가장 맛없는 떡국
설날이면 일가친척 한자리에 모여 시끌벅적
배고픈 것도 잊고 침을 튀기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에 바쁘다
부산스레 아침을 준비하던 어머니
갑자기 가스가 떨어지자 솥에다 떡국을 끓였다
밥상을 펴고 숟가락 젓가락을 얹고
둘러앉아 맛있는 떡국을 기다렸다
떡국이 다 끓은 솥을 들고 오던 어머니
그만 발을 헛디뎌 떡국을 쏟았고
아버지 발등에 떡국 무늬 얼룩을 남겼다
수돗가로 달려간 아버지
찬물로 그 얼룩들을 깨끗이 씻어냈지만
세월이 지나도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먹어본 떡국 중에
그날이 가장 맛없는 떡국이었다
불면증
호기심 많은 달팽이 한 마리가
굴속에 살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면서
사람들은 달팽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팽이는 지리산 도인처럼 은둔생활을 하며
이곳저곳 나타났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누구도 직접 달팽이를 목격한 적은 없다
가끔 세상의 소리가 궁금하여
두 개의 안테나를 하늘 높이 세우고
미세한 결의 파동을 향하여 주파수를 맞추며
온갖 잡음을 걸러내고 주변을 관찰하기 위해
밤이 되면 더욱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불면증 있는 사람만이 보인다는
달팽이를 찾으러 나는 오늘도
귓속을 여행한다
김경식_ 남. 1982년생. 지체장애. <한국산문> 추천완료(2014. 수필) 솟대문학 추천완료(2014. 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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