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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고독
한관식
고독이 운다 슬그머니 찾아와 평온을 가장한 눈물이 떨어진다 옥상을 통하는 첫째 계단에서 이음새가 낡은 풍향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저토록 한을 숨긴 바람을 하늘이 덮는다 저녁은 한 칸씩 어두워지고 빈방과도 같은 세상은 노점의 행렬처럼 여전히 뿌리박지 못한 채 외곽으로 떠돌며 비는 내리고 꽃밭에는 꽃들이 차례를 기다린다
그림자를 좇는 한 때의 마음이 모였다 원을 그리며 여름이 선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예감한다 누군가에게 편집된 내 꿈은 멀어지고 가난과 이별하기 위해 욕망의 은밀한 부위를 건드렸다 옥상에 다다르자 멋없이 담쟁이 넝쿨 위로 민들레 홑씨가 나풀댄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을 두고 갔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는 나만 두고 갔다 정말로 알지 못하는 인생의 귀퉁이에 내몰려 늘 불편하게 만든다
살다보면 닮고 싶은 누군가를 만난다 가지런한 이빨을 보이며 질긴 인연 속에 붉고 발랄한 밤을 꿈꾼다 절망을 견디기 위해 어깨동무를 한다 옥상아래 비춰진 잔영에는 내 그림자가 얹어져 있다 언젠가 인기척이 없을 옥상은 세상과 가깝다 너에게 맡긴 마음을 이제 돌려받는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철새 무리가 하늘과 관통하는, 뜻밖에 오후는 질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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