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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한 마리 골목에 누워 있다
어디서 버렸는지 갈 곳을 모르는
떠돌이 고양이처럼 눈치를 살핀다
어쩌다가 호랑이란 사실을 잊은 걸까
목적을 잊은 액자 속의 맹호
송곳에 찍힌 상처에 절고 있는 다리, 올이 풀린 발톱은 무뎌져서
사냥은커녕 쥐 한 마리도 못 잡겠다
수염을 뽑혀서 번뜩이는 야생성도 잃었다
땡볕에 숲속 얼룩은 바래고
눈동자에 백태가 끼어 애꾸눈이다
여인의 십자수 모델이 되기 전엔
맹수의 풍채를 자랑했던 동물의 왕
몸집이 쭈그러진 채 양지쪽에 배를 깔고 있다
뒷골목 굴러먹은 조무래기 고양이들
등을 밟고 가도 꼼짝하지 못 한다
기운을 잃어 포효하지 못하는 신세다
통유리 우리에 넣어줄 땐 조석으로 닦아주더니
늙고 병들어서 사료만 축낸다고 내쳐진 얼룩호랑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길고양이와 다를 바 없다
차라리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더 납작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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