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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및 행사] 2013.10_2013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 보도자료
emiji 조회수:4445 118.36.214.171
2013-11-27 17:00:00

2013 대한민장애인문학상 보도자료

 

 2013 대한민장애인문학상이 올해 처음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문인협회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2013대한민장애인문학상에는 총 548 편(운문 426편, 산문 122편)이 응시하여 20명의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운문부 대상 최광현(시/길), 최우수상 강경순(동시/손), 우수상 김재빈(시/허수아비), 권조(시/콩나물), 정병성(시/점자들의 행방), 가작 김진균(시/유월에), 이제철(시/섬), 이현이(시/소나기), 장동휘(시/서점에서 길을 잃다), 이진규(동시/콩타작)

산문부 대상 이상엽(동화/수탉), 최우수상 김대섭(중편소설/일탈,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우수상 김삼두(수필/새우잠), 김홍곤(단편소설/커밍아웃), 김은하(단편소설/낯선 동행), 가작 김태우(수필/위험 달콤한 외출), 장종원(수필/하얀 철쭉꽃), 신성철(수필/내 아이와 공부하기), 김성진(동화/무지개 아이), 김병호(단편소설/정류장)

운문부 대상에게는 문화관광부장관상이, 산문부 대상에게는 보건복지부장관상이 수여되며 대상 상금 500만 원을 비롯해서 총 2,500만 원의 상금이 수상자들에게 돌아간다.

운문부 대상 당선작 시「길」은 소박한 가운데 깊이 있는 깨침과 울림을 보여 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사람=길=나무’의 연결과 육화를 통해서 새삼 삶에서 친화와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며 보석인가 하는 정신의 가치화를 강조하여 시인의 시력이 만만치 않음을 과시한다고 문학평론가 김재홍 교수는 평했다.

산문부 대상 당선작인 동화「수탉」은 컴퓨터를 갖고 싶어 하는 동호라는 아이에게 내년을 약속하는 아버지의 승낙이 떨어지기까지의 이야기와 들닭 암수가 들에서 병아리 세 마리를 부화시키기까지의 스토리를 양립시키면서 농촌의 가을을 서사시적으로 전개한 투명하고 유쾌한 작품이어서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아동문학가 신현득 님이 심사평을 했다.

산문부 대상으로 동화가 선정된 것은 대한민장애인문학상 사상 최초로 동화작가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운문부 대상 최광현(41세, 남)은 지체장애4급으로 선풍기와 전기장판으로 더위와 추위를 견뎌야 했던 쪽방에서 글을 썼다며, 아들에게 작은 기쁨과 아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준 것이 기쁨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산문부 대상 이상엽(33세, 남)은 지체장애2급으로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을 때 만큼은 자신의 장애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며 글은 쓴다는 건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2013 대한민장애인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올해부터 도서출판 솟대에서 발간하여 서점에 배포되어 폭넓은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대상 수상자 프로필과 수상 작품>>

최광현

[운문부 대상_시]

 길

최광현

 

사람들은 길로 향하는 습성을 지녔다

시간을 머금은 길섶 수풀

사람의 향기가 일렁거린다

길에는 기다림이 묻어있어

모든 것들이 발효된 것처럼 쌓여 있다

사람들은 길에서 마주하는 대상의 자유를 닮아간다

만물의 숨소리까지 저장해 놓은 공간

사람들은 비빌 곳을 찾아 가듯

경계를 허물어 길과 한통속이 된다

사람이 길에 있는 것인지

길이 사람 안에 있는 것인지

늘 같이 있었던 나무는 알고 있을까

지긋이 웃고 있는 길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최광현 프로필>

  • 남. 1962년생. 지체장애
  • 요산문학상 운문부 우수상
  • 근로자문화제 운문부 동상
  • 희망모아백일장 운문부 최우수상
  • 어울림문화제 대상 외

 

<수상 소감>

 

개별 통지 연락이 없어 포기하고 어떤 분들이 당선되셨나 궁금해서 카페를 열었고, 산문부를 올리고 나니 운문부 대상 이름에 최광현! 믿기지 않았다. 다음날 전화 확인 후 가족들과 기쁨을 나눴다.

오 년전 가장의 자리가 없어지고 한 달에 한두 번 아들 녀석만 볼 수 있게 될 즈음 중학교 사서 자리가 생겨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지고 고등학교 문예부 시절을 끝으로 침잠되었던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꿈틀됨을 느꼈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동아줄을 잡은 셈이었다.

세탁기도 놓을 수 없는 공간, 선풍기와 전기장판으로 더위와 추위를 견뎌야 했던 쪽방에서도 글은 나왔고, 공모전 백일장 수상으로 이어지면서 글쓰기는 습성이 되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

대상 수상 소감에 늘 등장하는 도움 주셨던 교수님, 문학회, 문우 등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홀로 걸어온 글의 길 그러나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혹 저처럼 혼자 글 쓰시는 분이 계시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를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과 저에게 장애를 주신 사회에 먼저 인사를 올립니다.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이런 수상 소감도 없었을 것이지요.

형님 가족, 특히 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고등학생 석훈이, 문학의 길을 접은 동생(옛적 글을 보여 주었는데 찢어 버리라고 했다)에게 기쁨이 되어서 좋고요.

아들에게 작은 기쁨과 아빠의 존재감을 확인 시켜 준 것이 또 다른 기쁨입니다.

모두 다섯 편의 작품을 응모했는데 저의 시에 따뜻한 평점을 주신 심사위원님께서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쓰겠습니다.

 

<자기 소개서>

저에게 문학은 아버지와의 연결 고리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외항 선원이셨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터 문학의 싹이 돋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문예부 활동에서 부터 나름 시 쓰기가 자리잡게 되었는데,

먹고 살기 위해 글은 자연히 저 주변에서 머물지 못했고 가족과 헤어지면서 우연히 찾은 도서관 사서직은

글을 다시 쓰게 되는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처음엔 극복 불가능한 형벌같은 것이었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차선책으로 의족, 의지에 기댔을 때는 마음이나마 편했답니다.

그렇게 살아온 수십 년, 언제 쯤이면 저의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부끄러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철없는 어른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장애와 관련하여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부산 부산진구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에서 주관한 희망모아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및 고양시 장애인 문학제로 이어지면서

주변 장애인 분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그분들의 삶의 질곡을 들여다 보게 되었고 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젠 장애인에 관한 시 뿐만 아니라 수필, 단편 소설까지 쓰고 싶습니다.

장애인이 바라보는 장애인에 관한 글을 쓸까 합니다.

 


이상엽

[산문부 대상_동화]

수탉

이상엽

 

추수를 앞둔 동호네 마을은 온통 황금물결입니다. 그 황금물결을 가르며 봉고차 한 대가 마을로 들어옵니다. 차의 옆구리에 <최신 컴퓨터 30%할인!>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동호의 눈엔 그 글씨가 봉고차보다 크게 보여서 글씨에 바퀴가 달린 것만 같습니다. 바퀴달린 글씨가 덜컹덜컹 동호의 눈앞을 지나서 친구 성우네 골목으로 쏘옥 빨려 들어갑니다. 순간 동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동호아빠가 삽을 지팡이처럼 딱! 딱! 짚으며 걸어옵니다. 시멘트에 찍히는 쇳소리에 동호가 정신을 차립니다. 아빠가 삽으로 은행나무를 가리킵니다.

“심심하믄, 은행이나 좀 줏어라.”

동호가 코를 씰룩댑니다.

“꼬랑내 나서 싫어!”

마루에 앉아 흙 묻은 장화를 벗고 있는 아빠에게 동호가 불쑥 다가갑니다.

“마당에 떨어진 은행 다 주울 테니까, 컴퓨터 사주면 안돼?”

아빠가 말없이 장갑을 벗어 옷에 묻은 흙을 탁탁 털어냅니다. 동호의 마음까지 탁탁 털어내는 것 같아 동호의 표정이 샐쭉해집니다.

동호가 마당 구석구석에 떨어진 주황색 은행을 바지주머니에 주워 담습니다. 바지 주머니가 불룩해지자 은행을 모아놓은 비료포대에 옮겨 담습니다. 동호가 손에 코를 대고 인상을 찌푸리는데 갑자기 마당에 흩어져있던 은행들이 또그르르 굴러서 마당 한가운데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가지런히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금세 키보드 자판모양으로 변했습니다.

동호의 눈이 은행처럼 동그래졌습니다. 동호가 은행으로 된 키보드 자판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주황색 은행들이 통통 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늘높이 튀어 오르는 은행을 보자 동호의 입이 와아! 벌어집니다. 튀어 오른 주황색 은행들은 하얀 솜털구름에 푹푹 박히기도 하고 파란하늘에 폭죽처럼 팡팡 터지기도 합니다. 그 모습은 동호가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닮았습니다. 지금 동호에겐 파란하늘 전체가 컴퓨터 모니터입니다.

성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성우가 무슨 말을 할지 동호는 짐작이 갑니다.

“똥꼬야!”

“그라고 부르지 말라고!”

“나 컴퓨터 샀다!”

“안다.”

“오락 시켜 주까?”

“한판 시켜주고 치사뽕 할라고?”

“싫음 말고.”

대나무가 우거진 오솔길로 동호가 들어섭니다. 이 길은 성우네 집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돌멩이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울퉁불퉁하고 간혹 뱀도 나오지만 큰길보다 몇 배는 빠릅니다. 한껏 으스댈 성우는 얄밉지만 그래도 컴퓨터는 너무 하고 싶습니다.

오솔길을 거의 지나왔을 때입니다. 마른 낙엽을 바스락 바스락 밟으며 어디선가 수탉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순간 발걸음을 세운 동호는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닭이라면 사람을 보고 놀라서 꼬꼬댁! 달아나거나 아니면 실실 눈치를 보면서 먹이 찾는 일에 열중 할 텐데 이 수탉은 전혀 그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동호를 똑바로 마주 본 채로 마치 이곳을 지나가려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듯이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감히 꼬꼬닭 주제에 참으로 건방지다는 듯이 뒷짐을 진 동호가 낙엽을 발로 찹니다. ‘네 이놈! 당장 길을 열지 못할까?’ 당연히 바닥에 넙죽 엎드려 길을 비키겠거니 하는 동호의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수탉의 털이 올올이 일어서더니 목사리가 동글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이 목을 쭉 빼고 동호를 매섭게 노려보았습니다.

‘그냥 닭에 불과해’라는 생각과는 달리 동호는 그 자리에서 다리가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동호의 등에서 어느새 땀이 흐르고 있습니다. 좋은 구경났다며 대나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 한 가닥에 수탉의 부리가 반짝입니다.

동호와 수탉간의 팽팽한 긴장이 흐릅니다. 그때 동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주황색 은행이었습니다. 동호가 수탉 앞에 은행을 살며시 굴립니다. 수탉이 관심을 보이며 콕콕 쫍니다. 동호가 그 틈을 타서 재빨리 수탉 옆으로 지나갑니다. 그 순간, 수탉이 하늘로 뛰어올라 동호를 덮쳤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동호가 땅바닥을 구르며 두 손을 마구 휘젓습니다. 잔뜩 놀란 동호가 냅다 뒤돌아 뛰기 시작합니다. 수탉이 그 뒤를 타조처럼 성큼성큼 쫓아옵니다. 오솔길을 빠져 나온 동호가 한숨을 돌립니다. 다행히 수탉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승리의 환호성처럼 수탉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엄마가 동호의 등짝을 찰싹 때립니다.

“뭘, 어떻게 자빠졌간디 이 모양이여?”

밥숟갈을 입에 넣던 동호가 등짝을 만지며 몸을 비비꼽니다. 동호는 차마 수탉에게 다쳤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말없이 젓가락으로 김치를 찢고 있습니다. 엄마가 아빠를 슬쩍 보더니 말합니다.

“주말에 나락 홀트기로 했어요?”

“잉, 새참이나 좀 매시랍게 해놓소.”

달걀 프라이를 동호 밥그릇에 덮어주며 엄마가 말합니다.

“매상하믄, 동호 컴퓨터 한 대 사줄까요?”

달걀을 보자 수탉이 생각나서 몸을 부르르 떨던 동호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듭니다. 기대에 찬 눈으로 아빠를 쳐다봅니다. 하지만 아빠는 말없이 엄마에게 매서운 눈초리를 쏘았습니다. 그 눈초리에 엄마의 목소리가 한층 작아집니다.

“중고라도, 그냥, 컴퓨터로 공부도 하고.”

아빠가 젓가락을 상 위에 탁! 내려놓습니다.

“뭐, 돈이 콤퓨타 맨치로 탁치믄 탁 나오나?”

캄캄한데 아빠가 밖으로 나갑니다. 삽날 찍히는 소리가 딱! 딱! 나는 걸 보니 또 논에 가는가 봅니다. 아빠는 시도 때도 없이 논에 갑니다. 하지만 논에 가는 아빠의 삽날소리는 언제나 선명하고 힘이 넘칩니다. 동호의 꿈처럼 아빠의 삽날소리가 점점 멀어져 갑니다.

 

**

 

동호네 마을은 여기저기 추수를 하느라 콤바인 소리, 경운기소리로 활기에 넘칩니다. 하지만 동호는 축 처져 있습니다. 감나무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고 있는 까치에게 괜한 시비를 걸다가 그것도 금세 심심해집니다.

동호가 큰길을 따라 터덜터덜 성우네 집에 갑니다. 오솔길로 갔다면 벌써 도착해서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부아가 치밀어 올라 돌멩이를 냅다 걷어찹니다. 그리고 오솔길을 바라봅니다. 저 오솔길 어딘가에 수탉이 동호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동호가 돌멩이를 오솔길 쪽으로 힘껏 던집니다. 하지만 돌멩이는 바로 앞에 논으로 사삭! 사라집니다. 동호가 씩씩거리며 소리칩니다.

“통닭이나 돼 버려라!”

그때 아빠가 삽을 딱! 딱! 찍으며 다가옵니다.

“논에다 돌멩이 던지면 못써! 나락 다 떨어지잖아!”

심술이 잔뜩 난 동호에게 아빠가 손바닥을 내밉니다. 새까만 아빠의 손에 는 솜털이 곰실곰실한 나락이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동호야! 봐라, 참말로 잘 여물었다.”

동호가 나락을 보며 흐뭇해하는 아빠를 봅니다. 아빠는 나락도 심장이 콩콩 뛴다는 말을 종종합니다. 그래서 정성을 기울이면 그만큼 쑥쑥 건강하게 자란다고 했습니다. 동호는 그 말을 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나락에 귀를 대봐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나락을 까서 동호 입에 하얀 쌀을 넣어줍니다. 동호가 씹지 않고 혀로 뱅글뱅글 돌립니다. 아빠가 하얀 쌀 같은 동호의 볼을 살짝 꼬집습니다.

“어때? 꼬스름 하지?”

지팡이처럼 삽을 찍으며 아빠가 논으로 갑니다. 동호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아빠가 컴퓨터만 사줬다면 수탉에게 쪼이지도 않았을 테고 또 이렇게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동호가 입안에 있던 쌀을 툭! 뱉어냅니다. 그리고 뭔가를 단단히 결심한 듯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동호가 은행을 한 움큼씩 꺼내 주머니에 담습니다. 그리고 단단한 막대기와 나무판자까지 준비합니다. 동호는 수탉과 결판을 낼 생각입니다. 모든 원망과 불똥이 수탉에게 쏟아진 것입니다.

오솔길로 들어선 동호가 막대기로 대나무를 탁탁 칩니다. 그러자 떨리는 가슴이 좀 나아집니다. 그때 바싹 마른 이파리를 자박자박 밟는 소리가 납니다. 드디어 수탉이 어슬렁어슬렁 나타났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챔피언이 도전자를 맞는 듯 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입니다.

탐색전을 하듯 동호가 막대기로 수탉을 콕콕 찔러봅니다. 그러자 수탉이 온 몸에 힘을 끌어 모아 목사리를 부풀립니다. 동호는 막상 쪼이는 것보다 수탉의 저 모습이 가장 싫고 두렵습니다. 동호가 침을 꿀꺽 삼킵니다. 드디어 수탉이 파닥거리며 홰를 한 번 치더니 동호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날렸습니다. 동호가 재빨리 왼손에 있던 판자로 막아냅니다. 묵직한 수탉의 힘이 온 몸에 전해져 옵니다.

동호의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동호가 비장의 무기 은행을 주머니에서 꺼내 수탉에게 던집니다. 은행을 쪼기 위해 수탉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동호가 온힘을 다해 막대기를 휘둘렀습니다. 막대기에 정통으로 맞은 수탉이 꼬꼬댁!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납니다. 동호는 속으로 ‘성공이다!’를 외칩니다. 수탉이 점점 뒷걸음을 치고 동호는 계속 수탉을 몰아 나갔습니다. 기어코 수탉은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의 끝자락까지 물러났습니다.

이곳 갈림길에서 성우네 골목으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동호가 계속 수탉에게 막대기를 겨누고 있습니다. 동호는 수탉을 더 혼내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수풀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동호가 막대기로 수풀을 헤쳐 보니 암탉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놀란 암탉이 슬그머니 일어나자 달걀 세 개가 보입니다. 동호의 눈이 똥그래집니다. 암탉이 불안한 듯 고개를 흔들며 꼬꼬! 거립니다. 그때 수탉이 절뚝거리며 알을 가로막더니 마지막 힘을 짜내 목사리를 부풀립니다. 막대기로 맞은 수탉의 부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집니다. 피를 흘리면서 수탉은 필사적으로 알을 지킵니다. 막대기를 들고 있는 동호의 새까만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

 

콤바인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황금빛 벼를 우적우적 삼킨 콤바인의 꽁무니에서 알을 낳듯 쌀가마니가 뿅뿅 떨어집니다. 동호가 막걸리 주전자를 논둑에 내려놓고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동호의 눈엔 빨간 콤바인이 영락없이 수탉으로 보입니다. 사실 동호는 수탉과의 담판 이후에 종종 많은 것들이 수탉으로 보입니다. 그 수탉들은 모두 하나같이 부리에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수탉과의 결판에서 승리했지만 동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합니다.

새참을 먹고 있는데 ‘최신컴퓨터 30%할인!’이라는 글씨가 붙은 봉고차가 먼지를 날리며 논둑으로 들어옵니다. 동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봉고차에서 내린 아저씨와 아빠가 나란히 서서 수확량이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를 합니다. 동호의 귀가 바짝 쫑긋해져 있습니다. 그때 뭔가 뜸을 들이던 아빠가 조용히 말합니다.

“거시기, 거, 중고 콤퓨타 요새 얼마나 한당가?”

아저씨가 경운기에 쌓여있는 쌀가마니를 턱으로 가리킵니다.

“한 가마니 정도 하지라.”

동호는 기분이 묘해집니다. 아빠가 먼저 컴퓨터 이야기를 꺼낸 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컴퓨터 따윈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추수가 끝난 동호네 논은 휑합니다. 해가 저물도록 아빠는 그 휑한 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빠는 새참으로 마신 막걸리 때문에 조금 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빠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립니다.

“동호야!”

“응?”

“이 논에 다시 나락이 여물 때쯤, 아빠가 꼭 사줄게.”

동호는 그때가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짧은 시간은 아닌 걸 압니다. 그래서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아빠가 삽날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 뒤를 동호가 막걸리 주전자를 흔들며 따라갑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아빠의 옷자락에서 막걸리 냄새가 폴폴 풍깁니다. 동호가 아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항상 선명하고 힘에 넘쳤던 아빠의 삽날소리가 탁! 탁! 경쾌하지 않고, 틱! 틱!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동호는 이 순간 왜 또다시 피를 흘리며 알을 지키던 수탉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동호가 오솔길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수탉은 보이질 않습니다. 보이질 않자 동호의 마음이 더욱 불안해집니다. 동호의 손엔 막대기 대신 지렁이가 담긴 깡통이 들려있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수풀 넘어 오르막에 닭똥이 보였습니다. 동호가 그 닭똥을 따라 오르막을 조금 올라갔습니다. 그때 저 멀리 수탉이 보였습니다. 동호가 나무 뒤에 재빨리 몸을 숨깁니다. 수탉은 삽날 같은 부리를 땅바닥에 콕콕 찍고 있습니다. 잠시 후, 고개를 번쩍 치켜든 수탉의 부리에서 지렁이가 꿈틀거렸습니다. 그 지렁이를 보고 노오란 병아리 세 마리가 와아! 달려듭니다. 그 모습을 본 동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릅니다. 동호가 눈물 대신 지렁이를 뚝뚝 흘리며 내려옵니다.

아빠가 마당에서 은행을 줍고 있습니다. 어느새 비료포대에 은행이 가득 찼습니다. 동호도 깡통에 은행을 주워 담습니다. 아빠가 동호를 보더니 장갑을 가져다줍니다. 동호가 장갑 대신 거칠거칠한 아빠의 손을 잡습니다.

“아빠!”

“응?”

“최대한 빨리, 나락 여물게 해야 돼? 알았지?”

아빠가 동호의 손을 더욱 꽉 움켜쥐며 말합니다.

“오냐, 오냐.”

어디선가 수탉의 울음소리가 길게 들려옵니다.

 

 

<이상엽 프로필>

  • 이상엽
  • 남. 1980년생. 지체장애
  •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2004)

 

<수상 소감>

희망을 발견하려 애써본다.

하지만 나에게 여전히 희망은 억지스럽다.

그에 비해 절망은 수없이 많고 또렷하다.

나에게 글쓰기는 희망과 동시에 절망이다.

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살았고 글에게로 도망치고 싶어 살았다.

석 달 열흘치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낯선 도시.

텅 빈 방에 홀로 웅크린 채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본다.

형식없이 급하게 뿌려대는 늦은 장맛비에 대지가 녹고 있다.

덩달아 바짝 말라버린 시간들도 일어선다.

비가 그치고 나면 추워질 것이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첫 눈을 보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A’에게 감사한다.

 

 

<자기 소개서>

1980년 녹차향 가득한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2004년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경북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는 선천적이고 지체 2급입니다.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3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제 책상서랍에 몰래 책을 한 권씩 넣어주시곤 했습니다. 책 표지에 격려의 문구와 함께.

그리고 글짓기를 하면 항상 친구들 보는 데서 칭찬을 해주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서 소설과 시를 전공하다가 동화가 쓰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그 순수한 동심. 환타지 세상이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특히,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어른같은 아이에 대한 연민도

있습니다.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을 때 만큼은 제 장애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글은 쓴다는 건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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