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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2016.3_바람의 노래, 사람의 이야기
emiji 조회수:3691 222.112.13.39
2016-03-02 18:51:00

바람의 노래, 사람의 이야기

방랑자가 닻을 내릴 곳은 어디쯤일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3-02 17:04:25
그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해서 맹학교를 다녔다. 사춘기 시절 시각장애 1급이 되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귀가 번쩍 뜨이던 그 선율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었다. 설사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해도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해 보고 싶었다. 그 꿈을 위해서 그가 택한 것은 트럼본이었다.

음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까지 오로지 꿈을 위해 매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다. 2002년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는데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 레퍼토리였던 것이다.
 
  에이블포토로 보기 트럼본 부는 양이훈 씨. ⓒ이복남
밤~밤밤~빠바밤~밤~밤빠밤. 질풍노도의 시절 어느 날에 그의 영혼을 울린 ‘신세계 교향곡’ 오로지 그 꿈을 위해 20여년을 달려 왔기에 그 날의 감격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했다.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하고 나니 베를린 필의 단원이 부럽지 않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커다란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러나 꿈결 같은 감동도 그 때 뿐이었다. 시각장애 1급 양이훈 씨에게 남은 건 냉혹한 현실이었다. 꿈이 밥을 먹여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오케스트라 등에서 객원이란 쉽게 말하면 비정규 계약직이라 연주가 있을 때만 참여해서 약간의 보수를 받았다.

여기저기 떠돌다가 몇 해 전부터 부산에 머물게 되었는데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다기에 신청을 했다가 연금도 못 받고 장애급수만 5급으로 누락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장애인 행정도우미로 근무했고, 올해부터는 4월 총선까지 부산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감시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몇 군데 오케스트라를 기웃거려봤으나 시각장애인은 지휘봉을 볼 수 없어 곤란하다고 하더란다. 시각장애인의 오케스트라 활동과 관련(장애인고용법 관련)하여 필자가 몇 군데 문의를 해 보았으나 악단은 공무원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고 했고, 시각장애인이라서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부산 볼런티어윈드앙상블 연주회에 객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윈드(wind)란 바람(숨)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보통의 오케스트라는 관현악기(管絃樂器)로 구성되는데 윈드는 현악은 빼고 목․금관․타악으로만 구성된 악단이란다. 양이훈 씨도 트럼본이라는 바람의 악기이다.

부산 볼런티어 윈드앙상블은 부산에서 활동학고 있는 전문 연주자들이 2012년에 창단한 목·금관·타악기로 구성된 윈드앙상블이다. 회원은 35명인데 모두가 회비를 내는 자원봉사단체이다. 그러나 연주회를 할 때는 양이훈 씨 같은 객원 연주자도 초빙한단다.
 
‘사람의노래, 바람의 이야기’ 팸플릿.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사람의노래, 바람의 이야기’ 팸플릿. ⓒ이복남
연주회는 2월 27일 토요일 오후 5시 부산 문화회관 중극장이었다. 필자가 양이훈 씨의 초대를 받고 문화회관 중극장에 도착해 보니 양이훈 씨는 이미 무대 뒤로 들어 간 후고 기다리던 다른 시각장애인 두 명과 같이 로비에 앉아서 잠시 팸플릿을 훑어보았다.

연주회 제목은 ‘사람의 노래, 바람의 이야기’였다. 필자가 말하기를 아무래도 제목이 잘못 된 것 같다. ‘바람의 노래, 사람의 이야기’이어야지 어떻게 사람의 노래, 바람의 이야기야. 그렇거나 말거나 그것은 주최 측의 것이니까.

연주회가 시작되고 정두환 지휘자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그리고 하는 말이 처음 ‘바람의 노래, 사람의 이야기’로 했는데 누군가가 안 된다고 하더래나 뭐래나……. 그 말을 듣고 옆에 앉은 지인들과 작은 소리로 웃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없고. 객체와 주체가 있어야 하며, 특히 음악의 경우 연주자와 듣는 자는 있어야 된다고 했다. 첫 곡은 주페의 시인과 농부인데 우리의 옛말에도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는데 미명 속에서 들려오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이어지는 곡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메들리와 시카고 그리고 뉴욕 뉴욕 등인데 그동안 사람들은 일만 하느라고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음악 즉 리듬을 타고 즐길 줄 모른다고 했다.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도 하고 즐길 줄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아닌데, 국악에서는 얼씨구 절씨구 추임새를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아는 사람들인데…….

다음은 행진곡인데 특히 군에 갔다 온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유격훈련을 갔다 돌아오면 연병장에서 울려 퍼지는 곡이라 고향에 돌아 왔다는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연주자들 대부분은 군악대 출신이라 군에서 지긋지긋하게 연주했던 곡들이라 지겨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 많은 한 분이 군에 있을 때는 이런 행진곡은 없었다고 했다.

여기서 정두환 해설자가 “우리 악단에는 가고 싶어도 못 간 시각 장애인이 한 사람 있습니다.”라는 말을 한 마디만 덧 붙여 주었더라면 참석한 이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었을까 하는 점은 아쉬웠다. 물론 윈드앙상블에는 여자들도 더러 있었지만.
 
볼런티어윈드앙상블과 정두환 지휘자.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볼런티어윈드앙상블과 정두환 지휘자. ⓒ이복남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머나, 시골영감, 허공, 밤안개,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사랑이 지나가면, 붉은 노을 등 가요를 연주했다. 특히 이문세의 가요를 연주했을 때는 관객들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로 앙코르를 요청해 안동역으로 화답했다.

끝으로 윈드앙상블은 2012년에 창립되어 지금까지 많은 곳에서 연주를 했으며 부자는 아니지만 부유하다고 했다. 정두환 해설자가 정의하기를 부자(富者)는 돈이 많은 사람이기고 부유(富裕)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을 아름답게 꽃피운다는 정두환 지휘자는 문화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꿈꾸는 자신을 문화유목민(文化遊牧民)이라고 한다.

그가 꿈꾸는 문화유목민 속에 과연 장애인들이 설 자리는 있는 것일까. 양이훈 씨도 문화의 방랑자가 아니라 자신의 떳떳한 직업이 있어서 필요할 때는 자원봉사자로만 참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

시각장애인의 특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음악 관련 직업으로 시립교향악단이나 시립합창단의 일정 부분을 시각장애인의 의무고용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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