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E 사람 > 장애예술인
| 이름 | 최경천 |
| 직업 | 시인 |
| 장애 | 시각장애 |
이름: 최경천
직업: 시인
장애: 시각장애
주요경력
전남 순천 출생.
삶의 밑바닥 낮은 포복 중 실명.
대입 검정고시 합격.
대한안마사협회 교육과정 수료.
서울사이버대학 복지시설 경영학과 졸업.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 재학 중.
선물침술지압원 침술사.
열린시학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까망 하늘에 그리는 별
유튜브: 까망 하늘에 그리는 별
<대표작>
산 81번지
최경천
납작 보리쌀 대승 한 되
종이 봉지 속에 담아 오른팔로 감아 들고
연탄 속 꿰뚫은 새끼줄
왼손 아귀 감고 잡아
한숨 닮은 긴 숨을 내쉬어 호흡을 고른다
검은 곰팡이 짙은 녹색 이끼
곰보 자국처럼 눌어붙은 슬레이트 처마 끝이
머리끝을 스치듯 닿을 듯 말 듯
비가 오는 날이면 저 알아서 물길이 되어버린
미로 닮은 비탈진 골목길
그리고도 울퉁불퉁 돌계단 몇십 개 더 올라
30촉 백열등이 대롱이는 나름 보금자리
아궁이 옆 사과 궤짝 연탄 한 장을 새끼 채 풀어 놓고
장기판 반쪽만 한 툇마루 위에
잠든 아기 내리듯 납작 보리쌀 봉지를 세운다
봉천동 산 81번지
남쪽 하늘 바라보고 땀을 훔칠 때
관악산 넘어 부는 늦가을 찬바람
열일곱 내게 무슨 말을 했던가
해밀의 꿈
최경천
아!
지독한 먹구름이다
눈맞춤 하던 뭇 별들에게로
가던 길을 잃었다
분노한 두 주먹
살 부러진 부채를 놓지 못한 채
목젖에 엉기는 슬픈 멍울
쉰 고함을 지른다
안돼~
별 하나, 별 둘, 별 셋
먹구름이 별들을 삼킨다
오냐 그래? 그럼
지금부터 나
슬픈 곡조의 노래를 부르려니
너는 뜨거운 비를 후련히 뿌려주련
온 세상 물안개 걷히고 난 뒤
그다음에야 비로소
해밀의 하늘
아기별들의 고요를
내 방울진 눈물로 씻겨주리니
할머니의 손수건
최경천
우리 할머니 들고 오신
하얀 손수건 꼬마 보자기
토방에 내리자마자 풀어헤치면
보푸라기 실꽃이 드문드문 피어난
편육 두 점 흰떡 쑥떡 노란 전 두어 개
그리고 꽃사탕 하나
내 입에 동생 입에 차례차례 물려주시고
꽃사탕 깨물어
큰 쪽은 내게
부서진 조각들은 동생 입에 넣어주시던
우리 할머니
떨리는 엄지 검지
처마 밑 엄마 제비 주둥이를 닮았다
단 사탕 입에 물고
새끼 제비 오 형제 내려 보는
흙방울집 올려보는 사이
두레박 물에 쪼물쪼물
빨랫줄에 널어진
우리 할머니의 하얀 손수건이
조용히 흔들흔들
건넌 마을 박 씨 할배 꽃상여가
빨랫줄 위로 느릿느릿 지나간다
ㅡ 『열린시학』(2021. 여름호), 제12회 한국 예술작가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