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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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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설미희

이름, 직업, 장애 정보
이름 설미희
직업 작가
장애 뇌병변 장애

설미희

-이 메 일: prettynose@naver.com

 

<활동분야>

  • 소설
  • 동화

 

<주요경력>

  • 2010 방이복지관 상반기 문학강좌 강사
  • 2010 「솟대문학」 추천완료(동화)
  • 2010 장애인일자리사업체험수기공모전 심사위원

 

 

<수상경력>

  • 2009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

 

 

<발표작>

  • 장애 콜, 신기사 (단편,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수상작, 2009)
  • 아빠, 한강에 갈매기가 날아요 (동화/ 솟대문학, 2009)
  • 바다와 소년 (동화/ 솟대문학, 2009)
  • 상민이의 하얀 체육복 (동화/ 솟대문학, 2010)

 

 

<대표작>

 

동화

바다와 소년

 

설미희

 

(……)

나는 열세 살 섬소년이다. 우리 동네에서 은빛 바다와 가장 가깝게 산다.

이른 아침이면 멸치어장을 하시는 우리 할아버지의 바닷물이 들어가 있는 검은 장화 소리가 퍽퍽 소리를 내며 이불 속에서 일어나기 싫은 날 깨운다.

“완철아! 니 일어났나?”

나는 할아버지랑 둘이서 산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아버지는 바다로 나가셨다가 바다가 되어 버렸다.

엄마는, 그리운 우리 엄마는 할아버지가 외갓집으로 보내버렸다. 오학년 가을 어느 날에.

난 할아버지가 무섭다. 구리 빛 도는 검은 얼굴에 늘 화난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말씀이 없으시다.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어나 앞 바다에 나가셔서 대나무로 막아 발을 만들어 놓은 죽방에 걸린 멸치를 거두어 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큰 가마솥에 바닷물을 붓고 잡은 멸치를 넣어 삶아서 작은 자갈 돌 위 대나무 발이 운동장처럼 펼쳐져 있는 어장에 소금처럼 하얗게 펴놓고 왔을 것이다.

“완철아! 니 일어나 이 볼락 좀 미숙이네 갖다 주고 온나.”

일어나기 싫어 귀를 틀어막고 있던 내가 ‘미숙’이라는 말에 이불 밑에서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며 몸을 슬며시 펴고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할아버지예, 죽방에 고기 많이 걸렸던가예.”

“응, 오늘은 멸치도 제법 잡혔고 니 좋아하는 볼락이며 괴기들이 많더라.”

“어디 봐예.”

신발을 신고 툇마루를 내려가 늘 비리하고 바닷물로 젖어 있는 우리집 마당 한 쪽에 자리잡은 크고 넓적한 빨간 고무통 곁으로 갔다. 싱싱한 생선들이 펄떡거리며 물을 튕겼다.

“우와! 할아버지예, 정말 많네예.”

“싸게 몇 놈 바가지에 담아서 갖다 주고 온나.”

“히히히, 몇 놈으로 할까예.”

할아버지는 바다에 나갈 때마다 입는 고무로 된 검은 옷을 벗고 시원하게 마루에 앉아 배가 고프신지 내가 먹던 건빵 부스러기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서너 놈, 큰 것으로 가져가라.”

미끄러워 잘 잡히지 않는 생선들을 잡는다고 물통 속에서 내 두 손이 헤엄을 치고 있는데 등 뒤에서 호통을 치시는 할아버지의 큰 소리에 깜짝 놀라 그만 쪼그리고 앉아 있던 엉덩이가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이 녀석아! 할애비가 몇 번을 말했는디 못 알아듣고 또 손으로 괴기를 만져. 니 옆에 있는 채는 어디에 써 먹을 끼고 응? 오후에 괴기 갖고 간다고 이장이 오기로 했는디 니 뜨거운 손으로 만지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거 모르나.”

엉덩이 부분이 젖은 바지를 털며 일어나 손잡이가 긴 채로 잡히는 대로 떠 큰 바가지에 담았다. 서너 마리가 아니라 대여섯 마리 쯤 되어 보였다. 버럭 소리 지르시는 할아버지가 괜스레 미워 아무 말씀도 안 드리고 그냥 들고 나왔다.

(……)

돌고래였다. 그것도 두 마리가 바다를 노닐며 자맥질을 하였다.

미숙이는 내 등에서 내려 신기한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서서 먼 바다만 바라다보았다.

순이네 배는 이미 배 굿을 시작하였는지 불빛을 환히 밝히고 무당의 굿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미숙이네 집 앞에 도착하였다.

여느 때라면 마당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을 귀여운 희숙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오면, 부엌에서 일을 하시다가도 어서 오라 하시면서 반갑게 맞이해 주던 미숙이 아주머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마당을 돌아 최할아버지의 방으로 가 보았다. 최할아버지께서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어, 완철이 왔나?”

깜짝 놀라시는 할아버지의 표정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완철아, 미숙이 갸들 식구 새벽에 배 타고 갔다.”

“야?”

다리와 손에 힘이 빠졌다. 하마터면 들고 있던 볼락이 든 바가지를 놓칠 뻔하였다.

미숙이 다리에 찬 보조기도 바꿔야 하고, 수술을 하면 더 좋게 걸을 수 있을까 하여 먼 나라 미국으로 갔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였다. 어젯밤, 등대에서 같이 있을 때 미숙이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완철아, 너 나 좋아하지? 여름방학이 지나고 올 가을엔 너랑 같이 이 곳에 다시 올라오고 싶다. 그때는 완철아…….”

나를 보면서 말을 흘리던 미숙이의 눈이 생각난다.

이슬 맺힌 그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