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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창호 |
직업 | 시인 레미콘 운전 |
장애 | 지체장애 |
박창호
-이 메 일:gpruddk313@ hanmail.net
-홈페이지: cafe.daum.net/gpruddk
<활동분야>
<주요경력>
“시는 세상이치와 만물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문학입니다.
진정한 작품을 쓰기 위해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문학상 당선에 그치지 않고 작가들이 안정된 위치에서 작품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이후의 지원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대표작>
표류
박창호
가을 햇살 모래알을 쪼는 물 마른 강가
탁류를 흐르던 부유물의 마지막 몸짓이 멈추었다
한 아낙의 삶의 노래였던 찌그러진 플라스틱 바가지
어느 촌로의 허리춤에서 동전을 세던 형체 잃은 가죽 지갑
고사리손 놓고 소리를 묻어버린 아크릴 딸랑이
저마다의 이름을 잊은 채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쓰레기, 쓰레기들
끝내 바다에 닿을 수 없었던 온갖 이야기들이
완성에 이르지 못한 내 원고처럼 가만히 엎드린다
쌈지이거나 딸랑이거나 바가지거나
어느 가슴 썩어 문드러진 처음부터 부유하지 못할 쓰레기였거나
쥐고 잠든 아기의 노리개 같던 노래들
반쯤 묻힌 눈빛에서 여러 번 표류한 흔적이 보인다
장마가 끝나고 가을 태풍도 지나가고
바람의 무게가 산허리를 휘감는 이 계절에
어느 골짜기 굽이돌아 길잡이로 떠나 보나
낙엽 지고, 눈 내리고, 꽃피는 봄을 건너
몇 번을 더 눈물 쏟아야 저 넓은 바다를 안아 보나
멀고 험한 길, 끝내 이르지 못하고
잡초 우거져 쓸모 없는 어둔 강 돌무덤이 된다 해도
땅거미 입에 문, 어쩌다 물새 한 마리 날아들고
풀벌레 숨어들어 자작자작 속울음 우는
그래, 작은 언덕으로 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