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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일세 |
직업 | 수필가 |
장애 | 지체장애 |
-이름: 이일세
-직업: 수필가. 칼럼니스트. (사)열린세상국민문화운동본부 대표.
-장애: 지체장애
-이메일: keys213@naver.com
<활동분야>
<주요경력>
<저서>
<대표작>
[발언대] 장애인은 특혜가 아니라 평등을 원한다
서울의 한 명문대에서 휠체어 장애 학생이 학교 측 실수로 강의 하나를 수강할 수 없게 됐다. 그 학생은 강의실 변경을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동선(動線)을 고려해 시간표를 짠 비장애 학생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교수는 절충안으로 "장애 학생에게 보충수업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애 학생은 '비양심 민폐 장애인'이라는 오명을 썼다. 재학생 의견을 들어보니 절반 이상이 "장애 학생을 위한 보충수업은 특혜"라 했고, "강의실 변경은 안 된다"는 답변도 꽤 많았다고 한다.
1996년 나는 하버드 케네디 정책대학원에 입학했다. 석·박사 과정 학생과 교수·교직원을 통틀어 휠체어 장애인은 나 하나였다. 개강 전에 나는 중앙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개조하고, 컴퓨터실에 전용석을 달라고 요청했다. 정교수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차 공간도 요청했다. 모두 즉시 관철되었다. 학기 시작과 함께 문 개조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자 교내 신문에 한 면을 메운 기사가 실렸다. 학생들 왕래가 가장 잦은 중앙문 공사 때문에 불편과 시간 낭비가 얼마나 큰지를 따졌다. 나는 긴 반박 기사를 보냈고, 다음 주에 바로 실렸다. 편집장이 찾아와 "사정을 잘 몰랐다"며 사과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명문대에서 벌어진 일을 보니 부끄럽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를 경쟁 상대로만 여기고 작은 배려도 못 한다면 공부는 잘해 무엇할 것인가. 사랑과 배려는 모르지만 공부 잘하는 사람과, 학벌은 부족해도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는 후자를 원한다. 성적을 상대평가하다 보니 장애인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유리해지는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너무 각박한 건 마찬가지이다. 모든 판단에서 '나'를 최우선하는 사고방식의 결과라면 우리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