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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애인예술을 이끌어온 예술인을 만나다
극단 <호라>

이름, 직업, 장애 정보
이름 극단 <호라>
장애 지적장애인

■ 스위스 지적장애인 극단 호라의 '장애극장'

다큐연극 거장 제롬 벨 연출… 춤추고 말하는 지적장애 배우들

"기형아 쇼" 편견 언급하면서도 "내 역할은 나 자신이 되는 것" 외쳐

극단 호라 대표 마리누치 "당당한 배우로 선 단원들 관객과 동등하게 만나"

그녀의 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것은 위선적인 연민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니 좀 못 해도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아니다. 그녀는 좋은 배우이고 좋은 댄서다. 공연은 훌륭했다. 신나고 뭉클했다. 기립박수는 당연하다.

로레인. 43세. 다운증후군 환자인 그녀는 6, 7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제롬 벨의 ‘장애극장’을 공연한 스위스 취리히 소재 극단 호라의 출연 배우 10명 중 하나다. 이 극단 배우는 모두 지적장애인이고, 제롬 벨은 다큐멘터리 연극과 메타무용의 연출가, 안무가로 유명한 세계적 예술가다.

1시간 반의 공연은 배우들이 한 명씩 나와 객석을 향해 1분간 서 있는 것으로 시작했다. 누구는 무대로 나오다가 그냥 들어가 버렸다. 객석을 둘러보는 배우도 있었지만 누구는 고개를 떨군 채 그 시간을 견뎠다.

이어서 각자 이름과 나이, 자신이 지닌 장애를 짧게 소개했다. “내 장애는 손가락을 입에 넣는 것”이라고 소개한 배우는 “보여주고 싶다”며 입 안에 손가락을 전부 쑤셔 넣었다. 각자 조금씩 달랐지만 한결같이 “나는 배우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솔로 댄스. 6명이 춤을 췄다. 각자 직접 고른 음악에 직접 춤을 짰다. 보통 무용 동작과는 다르고 거친 몸짓이었지만,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며 몸의 기쁨을 말하는 살아있는 춤이었다. 한 명씩 춤을 추는 동안 다른 배우들은 의자에 앉아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 몸을 흔들어 호응을 하고 코를 후비는 등 딴짓도 하면서.

로레인은 아바의 ‘Dancing Queen’(춤의 여왕)에 맞춰 춤을 췄다. 그녀의 몸이 외쳤다. ‘나’는 춤 출 수 있어! 그녀가 일깨워줬다. ‘너’도 춤 출 수 있어! 장애인이든 아니든 우리는 누구나 춤 출 수 있어! 너의 인생을 춤 춰! 사실 비장애인도 심리적 장애나 사회적 굴레에 갇혀 자기다움을 잃는 예가 얼마나 많은가. 호라의 지적장애 배우들은 관객을 해방시켰다.
 


그 다음은 이 공연에 대한 생각 말하기. 이름을 부르면 한 명씩 나와 마이크 앞에 섰다. “모르겠다”“굉장하다”는 소감 외에 전혀 다른 말도 나왔다. “엄마가 기형아 쇼 같다고 했습니다.”“공연을 본 여동생이 울면서 우리가 서커스 동물 같다고 했습니다. 코를 파고 몸을 비비 틀고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모습이요.”

솔로 댄스 6명에 끼지 못한 한 배우는 항의를 했다. “나도 춤 추고 싶었는데, 안 끼워 줘서 화가 났습니다. 나도 관객을 웃게 만들고 싶으니까요.” 결국 나머지 4명도 춤을 췄다. 그중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춘 춤은 객석을 열광시켰다.

관객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출연 배우의 가족조차 “서커스 동물 같다” “기형아 쇼 같다”고 한 공연이다. 한 배우가 무대에서 말한 소감에서 답을 찾고 싶다. “이 작품에서 내 역할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단 호라는 올해 창단 20년이 됐다. 단원은 20명, 모두 지적장애인이고 다운증후군 환자가 많다. 지난 한 해만도 스위스, 독일 등에서 40회 이상 공연을 한 전문 예술단체다.

호라 대표인 지안카를로 마리누치는 “우리 배우들은 여러 차례 캐스팅을 해서 선발한 최고 중의 최고이고, 정식 계약에 의해 주 5일 근무하는 직업 배우다. 2009년부터는 2년 과정의 배우 훈련을 거쳐야 호라에 들어올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극단 이름 호라는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나오는 호라 박사, 시간에 ?기며 사는 사람들에게 1시간의 여유를 선물하는 시간 꽃을 모모에게 주고 잠드는 시간 관리자다. 마리누치 대표는 “비장애인과는 다른 지적장애인들만의 고유한 시간 개념과 무대 위의 시간을 모두 품고 있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단 호라는 인류에 (지적장애인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설픈)통합이나 ‘더불어 함께’를 외치는 게 아니다. 그건 우리 목적이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 호라 배우들도 사회에 나가면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대에서 배우 대 관객으로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자격으로 만나는 것이다. 호라 배우들은 무대에서 비로소 느낀다, 자신이 사회의 일부이며 관객과 동등한 사람임을.”

호라의 ‘장애극장’은 11, 12일 대전예술의전당으로 옮겨 공연된다.

(출처 : 한국일보_'온몸으로 말한 장애인배우들, 관객을 해방시키다' 오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