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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픽션
손성일 조회수:2009 42.82.12.6
2016-12-02 14:38:24

1 할아버지 사랑해요

안개가 사방을 덮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운전하기 힘드네요.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사랑하는 딸과 아내가 크게 슬퍼 할 테죠. 그래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에만 집중합니다.

“이거 언제 끝나나?”

절로 툴툴 거려지는 운 사나운 안개입니다.

“띠리리링~”

휴대폰 화면에 ‘할아버지’가 글자가 나옵니다.

“네.”

“언제오노?”

“지금 안개가 끼어 늦을 거예요.”

“운전 방해했네. 미안타.”

짜증스런 말투에 할아버지는 얼른 전화를 끊었어요. 할아버지의 미안하다는 말이 가슴을 콕 찔렀어요.

친절하게 말해도 되는데 왜 가족에게만 편하게 말할까요? 가족만큼 나를 사랑하는 존재는 없는데 말이지요. 그중 할아버지는 특별한 의미입니다.

 

전 7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할아버지에게 맡겨졌어요. 헤어짐의 이유는 아버지가 술주정 부리고 엄마를 폭행하고 가정 돌보지 않아서입니다. 그런 남편과 누가 살겠어요? 아빠가 재산이라도 많이 주었다면 엄마와 살았을 텐데…, 어쩔 수 없어 엄마가 돈 벌어야 해서 외할아버지에게 맡겼어요.

“할아버지 말 잘 들어.”

“응.”

전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렸지만 엄마의 이혼이 이해가 갔거든요.

며칠 밤만 할아버지와 자면 엄마가 데려 갈 거라 생각 했어요. 그렇지만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지나도 오지 않았어요. “엄마 왜 안와?”

지쳐 할아버지께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네가 조금 더 크면 말해줄게.”였지만 아직도 알려주지 않아요. 짐작건대 새 삶을 사신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나의 철없음을 모두 받아주었어요. 폭행 사건으로 경찰서에도 학교에도 숫하게 갔지만 단 한번 도 혼내지 않았어요.

“배고프제, 국밥 먹고 가자.”

말썽 부리던 날엔 꼭 하신 말씀 이었어요. 하지만 난 할아버지의 가엽게 보는 눈동자가 싫었어요. 그래서 “차라리 날 혼내.”하고 냅다 도망만 쳤어요. 할아버지 사랑을 안건 아이가 태어나고부터입니다.

어쩐지, 부끄럽네요.

 

안개가 점점 사라지네요. 저는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겁니다.

“우리 강아지 와?”

구수한 말이 추운 마음을 녹입니다.

“아직도 강아지예요.”

전 헤실거렸어요.

“넌 영원한 강아지다.”

“안개가 사라져 빨리 갈 것 같아요.”

“난 개안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온나.”

“예.”

전 그리 죄송하다고 말했어요.

안개가 점점 사라지자 주변 환경이 보입니다. 파란 하늘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딩동’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환하게 반겨주었어요.

“그냥 오지.”

전 귤 한 박스를 마루에 내려났어요. 할아버지의 두꺼운 돋보기 렌즈가 마음을 요동치게 합니다.

저 때문에 성한 곳 하나 없으신 할아버지. 그 좋았던 눈도 돋보기 없인 글자 하나 읽지 못합니다.

“할아버지 눈 수술 받으세요.”전 또 같은 말을 합니다.

“얼마 살지도 못하는데 해서 뭣하노. 너나 잘 살아라.”

“전 돈 많이 벌어요.”

“됐다!”

할아버지는 강력하게 손사래 칩니다.

그렇지만 포기 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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