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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꽃, 말벌여행
귀머거리새 조회수:1263 119.75.170.145
2018-07-13 10:13:22

저승꽃

 

고정선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는가봅니다

곰팡내 나는 몸이 꽃씨를 품고 있었다니

그동안 마구 부린 게 미안할 뿐입니다

 

하나 둘씩 피더니 지지도 않습니다

켜켜이 삭힌 세월 거름기가 많아설까

향기는 나잇값 한 만큼만 날거라고 합니다

 

가는 날도 부끄러워 편히 못 갈 것 같습니다

이승에 남긴 업 기억하라 피었으니

바람이 눈 감겨주는 날

상여꽃 삼아 같이 갈랍니다

 

 

 

 

 

 

 

 

 

 

 

 

 

 

 

 

 

 

 

 

말벌 여행

 

고정선

 

 

나무진 물어다가

층층 지은 노봉방露蜂房

 

미련 없이 비워 주고

바람에 염殮을 맡기네

 

남겨진 애벌레에게

이별이야 말 못하고

 

 

나래 짓 꿈꾸다

깨어나면 기억해 줘

 

목숨과 바꿔 버린

단 한번 사랑 놀음을

 

인연 줄 끊고 가는 길

삭정이 툭 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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