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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꽃
고정선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는가봅니다
곰팡내 나는 몸이 꽃씨를 품고 있었다니
그동안 마구 부린 게 미안할 뿐입니다
하나 둘씩 피더니 지지도 않습니다
켜켜이 삭힌 세월 거름기가 많아설까
향기는 나잇값 한 만큼만 날거라고 합니다
가는 날도 부끄러워 편히 못 갈 것 같습니다
이승에 남긴 업 기억하라 피었으니
바람이 눈 감겨주는 날
상여꽃 삼아 같이 갈랍니다
말벌 여행
고정선
나무진 물어다가
층층 지은 노봉방露蜂房
미련 없이 비워 주고
바람에 염殮을 맡기네
남겨진 애벌레에게
이별이야 말 못하고
나래 짓 꿈꾸다
깨어나면 기억해 줘
목숨과 바꿔 버린
단 한번 사랑 놀음을
인연 줄 끊고 가는 길
삭정이 툭 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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