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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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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22:09:22

3월 그날

 

한 소년이 거울을 본다

따스한 소망으로 가득 찼던 거울에

빈 공허함으로 채워지고

슬픈 얼굴로 일렁이는 눈동자...

소년은 잠시 눈을 감는다

 

잠자던 만생들이 기지개 켜고

꽃내음이 황홀한 어느 3월

소생하던 새싹들은 갑작스런 바람 앞에

어깨를 잔뜩 웅크린다

영원할 것 같던 청명한 눈부심이

땅거미가 드리워지고

마침내 황혼의 시간이 찾아온다

봄이 왔는데 왜 추위는 가지 않는가

소년은 새 찬 바람 앞에 고개를 숙인다

 

거울을 바라보던 소년은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저녁 들판에 피어있는 노란 유채꽃들은

마치 촛불처럼 흔들렸다

추위를 이겨내 겨우 핀 유채꽃들은

여전히 추위와의 싸움 중이다

모진 바람에도 연약해 보이는 유채꽃은

그 자리를 지킨다

지금도 있을 것이며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일 것이다

 

소년은 다시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 소년은 퉁퉁 부은 손을 쥔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철퍽

바람 앞에 넘어져도 소년은 다시 일어서서 걷는다

철퍽

꿋꿋이 소년은 다시 일어선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바람에겐 소년이 바람이랴

바람에겐 소년이 바람이랴

 

새로운 여명을 온몸 가득히 받으며

소년은 거울 속을 나온다

거울 속 소년은 푸른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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