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수월성 콘텐츠

HOME > E美지 > 수월성 콘텐츠

게시물 검색
붓으로 세상을 잇는 서예가 이은희
emiji 조회수:1952 211.193.40.173
2017-01-25 16:45:00

미술


서예가 이은희, 붓으로 세상을 잇다

휠체어를 타고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서예가 이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휠체어 타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
 
 
1991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과에 입학할 때까지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대학 2학년 겨울 건물 붕괴 사고로 흉추 8번, 12번 손상으로 하반신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다. 그때 내 나이 스물두 살이었다.

1년을 꼬박 병원에서 살았다. 열 차례 대수술을 받으며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꿈꿨지만 퇴원을 할 때는 휠체어에 타고 있었다. 병원 문을 나서며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휠체어를 타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였다.

스물세 살부터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야 하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막막했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해야 직성이 풀리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안 될 게 뭐가 있을까 싶은 내 성격 탓이었는지 휠체어를 타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날 보며 언니들은 종종 ‘너 사막에 내놓아도 살 아이야.’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했지만 내심 노력을 통해 얼마만큼 얻을 수 있을지,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처절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선 가족들에게서 독립을 해서 어디까지가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1996년 삼육직업재활센터에 입소하였다. 전공을 살려 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기술교육으로 컴퓨터를 택했다. 그곳에서 장애인의 현실을 실감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1999년 홀로 캐나다행 비행기를 탔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나는 목적지를 벤쿠버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로 정했다. 그곳에 가면 장애인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휠체어를 탄 남자가 여자 친구랑 데이트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그는 아주 친절하게 한국에서 온 장애인을 위해 도서관, 의료기센터 등지로 안내하며 캐나다에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

특히 척수장애인에게 필요한 많은 정보를 주었다. 어학연수라는 핑계로 찾은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4개월 동안 깨달은 것은 ‘장애인에 대한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다면 휠체어를 타고도 평범하게 살 수 있겠구나!’였다.

한국에 돌아와 전공을 바꾸어 대학에 편입학을 하였다. 사회복지와 재활심리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로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 충남여성장애인연합 간사로 여성장애인과 함께 여성장애인복지를 외쳤고, 충남도청에 설치된 희망카페 매니저로 발달장애인 직업 생활에 열정을 쏟았다. 장애인복지는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체력이 바닥나고 말았다.

 
작업 중(사진 위)인 모습과 딸과 함께(사진 아래)하고 있는 모습.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돌고 돌아 온 내 자리


사고 후 서예와는 거리가 먼 일을 했지만 그래도 붓은 놓지 않았다. 그동안 내 신상에 변화가 생겼다. 엄마가 된 것이다.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별도 하였다. 순간순간 진실하였기에 아름다웠고 후회는 없다.

딸아이가 다니는 작은 시골 초등학교에서 틈틈이 아이들에게 서예와 수묵화를 가르쳤다. 아이들에게 장애인은 너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 아닌 글씨로 나누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었다.

장애인 인식개선이라는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휠체어를 타는 엄마 때문에 기죽을 어린 딸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사회복지사로의 길을 가면서도 붓을 들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무엇보다 행복 했다.

글씨 선물을 줄 때 펴 보며 기뻐하는 그 표정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 주곤 하였다. 내가 쓴 글씨가 누구에겐가 기쁨이 되고, 더욱이 희망이 된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결국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붓을 들었다. 다시는 글씨를 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결국 세상과 나를 이어 주는 가장 든든한 매개체는 바로 사고 전 전공이었던 서예였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캘리그라피 공부를 한 후 정식으로 캘리그라퍼라는 직업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고 밤에는 직장인들에게 캘리그라피 강의를 했다.

캘리그라피 강의는 감성을 끌어내고 담아내는 글씨 작업이라서 글씨를 잘 쓰는 스킬을 가르치는 것만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대학원에서 재활심리를 전공하면서 공부한 예술을 매개로 한 미술치료, 음악치료, 연극치료 등도 도움이 되었지만 사고 후 겪게 되었던 모든 경험들이 정말 큰 자산이 되었다. 괴롭고 힘듦 속에서 내가 찾았던 행복이 그들에게도 자양분이 되는 듯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나는 다시 세상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은희 캘리그라피 작품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예술로 잇다


‘들꽃 캘리그라피 이은희’라는 브랜드를 내 걸고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 관공서, 병원 등지에서 따뜻한 치유의 손글씨 작품으로 많은 전시를 열었다. 전통과 현대적인 감정을 접목시킨 작품이라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시 부채 작품이 선물로 채택되어 전해졌고 말레이시아 수상에게도 선물로 전해졌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밖에도 캘리그라피는 북타이틀, 광고에 사용되어졌으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선보여 많은 공감과 감동을 주었다.

모델로 삼은 재니홀쳐처럼 그녀의 글씨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켜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픈 꿈이 있다. 세계적인 문자인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널리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활동을 하자 우리 동네에 사는 장애인 동생이 ‘언니, 멋지다! 언니 부럽다!’ 고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충남 홍성에는 장애예술인들이 많지 않다. 홍성에만 예술에 재능을 가진 장애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예술적인 재능을 끌어내 주고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교육프로그램도 없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지역의 장애인분과 함께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내가 캘리그라피로 세상과 다시 이어졌듯이 우리 지역 장애인분들도 예술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더 이상 분리되어 소외받지 않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015년 비영리민간단체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를 창립하였다. 장애인문화예술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받은 사업비로 뮤지컬, 인식 개선 영상, 캘리그라피 한복 패션쇼 등을 준비 하고 있다. 예술로 소통하면 우리가 바라는 평등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 주요 경력

1991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학과 입학 1999년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편입. 사회복지, 직업재활 전공 2001년 나사렛재활복지대학원 재활심리학과 전공 현)들꽃 캘리그라피 대표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홍주신문 칼럼니스트

1999~ 한국 척수장애인 수레바퀴 문화제 서예·사군자 전시
2010~2012 그녀들의 색깔 이야기-서양화 및 캘리그라피 전시
2012 나를 찾아 떠나는 그림여행전-서양화 전시
2012~ 그림사랑회원전-서양화 및 캘리그라피 전시
2010 전통미술협회 서예 입선
2012 대한민국장애인 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특선
2013~2015 캘리그라피작품 전시 신촌세브란스병원
2014~ 장애인체육대회, 다문화 행사 캘리그라피 체험부스전 기획 및 참가
2014 캘리그라피 부채작품 2인전-문화갤러리카페 마라의 샘
2015 장애인·비장애인 공감 캘리그라피작가 4인전
2015 장애인문화예술축제-캘리그라피 퍼포먼스
2015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 기념선물로 전달-캘리그라피 부채
2015 말레이시아 수상 캘리그라피 작품 전달
2015 인문학과 캘리그라피로 공감하는 토크쇼-세종시 장애인자립지원센터
2015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자살예방 포스터 대상
2016 충남 도청 외벽 글씨 제작
2016 척수장애인 어울림대회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2016 리날레in대전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2016 리날레in부천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2016 KBS-TV 이웃 다정다감 출연
2016 KBS-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특별토요초대석 출연 외.

SNS 공유 Mypage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