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글터

HOME > 솟대평론 > 글터

장애문인의 수필, 단편소설, 동화, 미니픽션 등
(작가 소개 필수)
게시물 검색
마음의 고향
간각하 조회수:211 125.177.40.146
2026-03-03 18:05:09

                                    마음의 고향

 

 시간이 참 많이 흘렀지만, 그곳의 냄새와 소리는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어린 시절의 웃음과 발자국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북수동, 내 마음의 고향.

 북수동은 화성행궁이 자리한 동네로,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 안에 있다.

어릴 땐, 4대문을 북문, 남문, 서문, 동문이라 불렀다.

 부서진 성곽에서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를 하며 하루해가 짧은 줄 몰랐고, 저녁이 되면 들려오던

엄마의 목소리. “밥 먹으라!” 그 한마디가 어린 나의 하루를 끝내주는 종소리 같았다.

 

 냇가도 잊을 수 없다. 광교산에서 흘러 화홍문을 지나 내려오던 물에 송사리와 버들치를 잡으며

놀았다. 여름엔 헤엄을 치고, 겨울엔 썰매를 탔다.

 어느 해, 여름에 장마 후 깊어진 물을 모르고 들어갔다가 숨이 막히도록 빠졌던 일도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물놀이를 무서워했다.

 냇가에는 빨래하는 아낙네들, 양잿물 냄새, 그리고 웃음소리가 늘 섞여 있었다.

그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동네 한가운데 경기도에서 가장 큰 소 장터가 있었다.

장날이면 한쪽에는 천막을 치고 국밥을 파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그리고 먼 지방에서 소를 팔거나

사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소 냄새와 소가 우는소리, 국밥 끓는 냄새,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는 소리로 구경거리가 가득했다.

한편 동네 외곽에는 말과 소의 발굽을 다듬고 쇠로 된 유자() 모양의 편자를 달아주는 대장간이

있었는데, 불꽃이 튀고 망치질 소리가 퍼질 때면 친구들은 그 앞에 모여 반짝이는 불빛에 구경하곤 했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이면 그 넓은 공터가 아이들의 야구장이 되었다. 다리에 장애가 있는 난 포수

포지션을 맡았다. 멀리,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됐고. 대신 공을 똑바로 받아내는 게 내 역할이었다.

공격할 땐 때론 장타를 쳐서 친구들에게 홈런왕이라 불리기도 했다.

 

 북수동은 내 어린 시절의 놀이 무대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때 놀던 곳은 모습이 많이 달라졌지.

그곳에서의 기억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데려가지만, 추억은 나를 다시 그 자리로 불러준다.

 

 재작년 봄, 화성행궁으로 나들이 갔다. 행궁 어차를 타고 4대 문을 한 바퀴 돌고, 지금은 가톨릭 성지로 바뀐

소화 초등학교 교실을 둘러보고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 왔다.

그 시절 그렇게 커 보였던 학교 건물과 교실이 왜 그렇게 작아 보이는지.

 

 봄이 오면 문득 북수동의 햇살이 마음속에 다시 피어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곳을 찾아가고 싶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내 마음의 고향, 동의 기억

나를 움직이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 본명 : 이주한

* 지체장애

* E-mail : juhan7025@hanmail.net

 

 

댓글[0]

열기 닫기

http://www.emiji.net/myboard/menu_lis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