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솟대평론 > 글터
하동의 아침은 안개로 덮여 있었다.
세상은 흐릿했고, 앞마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희미함 속에서 오히려 선명해진 것은 함께 웃고 서 있는 얼굴들이었다.
보이지 않음은 공허가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본질을 새삼 일깨워주는 침묵이었다.
케이블카는 안개를 가르며 천천히 올랐다.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발아래 남해는 아득하게만 드러났다.
불확실한 풍경은 인생과 닮아 있었다.
삶의 길 또한 언제나 또렷하지 않지만, 그 불투명한 길 위에서 나누는 웃음과 인연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등불이 된다.
내려섰을 때, 하늘은 뜻밖에도 환히 열려 있었다.
긴 숨을 내쉰 뒤 드러나는 맑음처럼, 세상의 얼굴은 새롭게 빛났다.
안개와 맑음, 덮힘과 드러남, 막힘과 열림은 서로를 교차하며 결국 존재를 더 깊게 비춘다.
점심 식탁 위에 흐른 것은 단순한 음식의 맛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나눔이었다.
이어 눈앞에 펼쳐진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다가왔다.
어린 날의 기억과 지금의 시간이 그 위에서 서로 손을 맞잡는 듯했다.
유람선이 다리 아래를 흘러갈 때, 갈매기들이 날개를 펴고 기룩거렸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깃털, 짭조름한 바다 내음, 파도 위에 부서지는 햇살…
그 모든 것은 수많은 항해와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의 서사를 품고 있었다.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서 밀려오고 물러가지만, 그 위를 스쳐간 하루는 단 한 번뿐이었다.
대도섬에 닿았을 때, 알게 되었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새롭게 확인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개와 맑음 사이, 그 경계 위에서 드러난 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서사로 새겨졌다.
안개 속에서도, 맑음 속에서도 끝내 선명하게 남아 있던 건 얼굴들이었다.
그 얼굴들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과 현재의 순간,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 비추는 거울이었다.
바다와 시간이 증명해준 가장 빛나는 진실은 바로 그 얼굴들이었다.
본명: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