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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은 가장 깊은 회복이다
김보나 조회수:624 59.20.167.175
2025-08-07 15:48:08

하루가 끝나면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내 마음은 천천히 고요를 찾아간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나는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작고 조용한 정수기 앞에 서서 따뜻한 물을 따른다.

이 정수기는 크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필요할 때마다 소리 없이 온기를 전해준다.

그 온기가 찻잔 안으로 스며들 때면,

바쁜 하루의 무게가 조금씩 풀린다.

 

차를 우리며 퍼지는 향기 속에서

나는 세상의 시끄러움과 거리를 둔다.

그 향은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닿아

억눌렸던 감정들과 맞닿는다.

말하지 못한 걱정과 쓸쓸함,

숨기고 싶던 두려움과 피로가

조용히 내 안에서 퍼져 나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알아차린다.

이 모든 감정이 나의 일부이며,

쉼은 그 모두를 안아주는 시간임을.

 

책장을 넘기며 펼쳐진 문장들은

나와 세상을 잇는 다리와 같다.

누군가가 말 한 줄, 한 단어가

내 마음의 갈증을 적셔주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나는 다시 생각하고,

다시 느끼고,

다시 나를 찾아간다.

 

샤워기의 따뜻한 물줄기가

내 몸과 마음을 감싸안을 때,

나는 온전히 나로 돌아온다.

물은 하루 동안 쌓인 먼지와 피로를 씻어내듯,

내 마음의 무거움도 천천히 흘려보낸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쉼이란 단순히 멈춤이 아니라,

내 안의 깊은 상처를 보듬고,

다시 일어설 힘을 충전하는 과정임을.

 

그리고 나는 이른 잠에 몸을 맡긴다.

세상보다 먼저 이불을 덮는다는 것은

나를 위한 가장 큰 배려이며,

내일을 위한 약속이다.

그 조용한 어둠 속에서

오늘의 피로와 내일의 기대가

서로 부드럽게 맞닿는다.

 

쉼은 내가 다시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누구나 바쁜 일상에서 이 작은 쉼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그 쉼이 삶의 가장 큰 회복이 되기를 바란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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