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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종종 소리 없이 증명된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이름도 없이 흘러가는 무언가가
누군가의 생명을 다시 일으킨다.
일흔을 바라보는 그는
여전히 헌혈 의자에 앉는다.
주기적으로 소매를 걷고,
주삿바늘이 스며드는 시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것은 하나의 습관이면서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그의 팔에서 흘러나온 피는
병원을 지나, 어딘가의 생명에게 닿는다.
다시 눈을 뜨는 사람,
숨을 이어가는 아이,
절망 끝에서 다시 손을 잡은 가족들.
그의 피는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들의 내일로 흘러간다.
많은 이들이 멈추는 나이에
그는 여전히 누군가의 시작이 되기를 선택한다.
건강하다는 건,
자신만을 위한 권리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그는 훈장을 받았지만,
그의 진짜 보상은
살아남은 이들의 무사한 하루들이다.
사랑은 종종 말보다 먼저 흐르고,
헌신은 주목받지 않아야 더 빛난다.
그는 오늘도 고요히 팔을 내밀며,
누군가에게 시간을 건넨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누군가의 내일을 지키는 일.
그는 그것을 삶의 방식으로 삼았다.
이것이 그가 택한,
살아 있음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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