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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겹씩 풀어내는 시간의 맛
김보나 조회수:523 118.38.255.228
2025-07-21 09:40:59

옥수수는 시간을 품은 식물이다.

햇살과 비, 흙과 바람이 만든 결들이

알알이 속에 쌓여 사람의 손을 거쳐 온다.

 

나는 옥수수 껍질을 벗겼다.

그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겹겹이 쌓인 시간을 조심스레 펼쳐내는 일이었다.

한 겹 한 겹 벗길 때마다 계절의 결이 손끝에 스며들었다.

 

삶는 동안 옥수수는 말없이 익어갔다.

조용히 뜨거운 물 속에서 온기를 품으며.

삶는다라는 말은 참 묘하다.

익힌다는 의미이면서도, 살아낸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우리도 매일 무언가를 삶으며 살아간다.

때로는 음식을, 때로는 마음을.

 

일부는 냉동실에 넣었다.

시간을 잠시 멈추는 기술이다.

언젠가 다시 꺼내 삶을 때

그 온기와 오늘의 숨결도 함께 녹아나기를 바랐다.

 

나머지 옥수수는 이웃과 나누고 그림동화모임에 가져갔다.

우리는 말없이 나누어 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이

서로의 속도를 천천히 맞춰주었다.

 

말보다 먼저 닿는 것은 때로 맛이다.

공기 중에 머무는 온기,

조용히 씹는 동안

서로의 하루가 조금 더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옥수수를 나누는 일은 작은 의식 같았다.

삶을 삶아내는 연습,

속도를 늦추는 연습,

함께 천천히 익어가는 연습.

 

삶도 옥수수와 닮았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익어가고,

나누어지는 순간,

그것은 한때의 시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존재의 맛이 된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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