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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앉아 있던 식탁》
김보나 조회수:555 59.20.167.175
2025-06-09 14:11:38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잔잔한 숨결을 내뿜으며

시간의 물결을 조용히 품고 있었다.

 

기장의 작은 등나무집,

그 입구를 감싼 나무들은

세월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따뜻한 품으로 나를 맞았다.

꽃 한 송이 피지 않아도

잔잔히 흔들리는 잎사귀들이

바람과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감자채전의 바삭한 소리는

바람에 실려 온 오래된 노래 같았고,

비빔국수의 매콤함은

잠자던 마음 속 온기를 깨웠다.

숟가락 위로 스며든 바람은

깊이 감춰둔 기다림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식탁 위에 머물렀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는

고요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고요 속에 내 마음도

서서히 빛을 얻어

흔들리는 자신을 부드럽게 품었다.

 

등나무 그늘 아래,

어린 시절 마당 끝에 머물던

그늘의 온기가 떠올랐다.

잎사귀마다 스며든 삶의 무게와 희망이

따스하게 내 마음을 감쌌다.

 

한 끼의 식사는

그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었다.

잊혀진 감정들이 다시 숨 쉬고,

나 자신과 나눈 가장 깊고 조용한 대화였다.

 

돌아오는 길,

잎사귀 사이로 스며든 햇살처럼

내 안에 작은 새싹 하나가 피어났다.

그 새싹은 바람결을 타고

조용히 내일의 빛으로 다가왔다.

 
본명: 김명수
신장장애
areadabl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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