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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잔잔한 숨결을 내뿜으며
시간의 물결을 조용히 품고 있었다.
기장의 작은 등나무집,
그 입구를 감싼 나무들은
세월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따뜻한 품으로 나를 맞았다.
꽃 한 송이 피지 않아도
잔잔히 흔들리는 잎사귀들이
바람과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감자채전의 바삭한 소리는
바람에 실려 온 오래된 노래 같았고,
비빔국수의 매콤함은
잠자던 마음 속 온기를 깨웠다.
숟가락 위로 스며든 바람은
깊이 감춰둔 기다림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식탁 위에 머물렀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는
고요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고요 속에 내 마음도
서서히 빛을 얻어
흔들리는 자신을 부드럽게 품었다.
등나무 그늘 아래,
어린 시절 마당 끝에 머물던
그늘의 온기가 떠올랐다.
잎사귀마다 스며든 삶의 무게와 희망이
따스하게 내 마음을 감쌌다.
한 끼의 식사는
그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었다.
잊혀진 감정들이 다시 숨 쉬고,
나 자신과 나눈 가장 깊고 조용한 대화였다.
돌아오는 길,
잎사귀 사이로 스며든 햇살처럼
내 안에 작은 새싹 하나가 피어났다.
그 새싹은 바람결을 타고
조용히 내일의 빛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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