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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섬의 가장자리.
바다는 말을 삼키는 법을 알고 있었고,
대강당은 그 침묵의 언어를 닮아가고 있었다.
수백 개의 의자 위, 숨결들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단지 교육이라 부르기엔 무언가 더 깊고 오래된 것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장애’라는 두 글자,
그 안에 갇힌 수많은 얼굴과 궤적,
그리고 ‘우리’라는 모호한 경계.
스크린 위의 단어는 정보가 아니라 문이었다.
그 문을 열면, 한 사람의 기억이 있었고
사회의 기준에서 밀려난 삶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앞에서 숫자는 힘을 잃고,
정의는 낯설어졌다.
질문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망설임을 허락했고,
각자의 침묵 속에서 천천히 흔들리는 마음들이 피어올랐다.
편견은 거창한 이념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한 문장, 한 숨결,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타인의 진심이
살며시 그 균열을 만들 뿐이다.
대강당을 나서는 이들의 뒷모습에는
모두 다른 무게의 여운이 실려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남겨진
파도처럼 겹겹이 밀려드는 사유들.
장애를 향한 시선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시선에서부터 다시 써야 할 문장이다.
그렇게, 섬의 끝에서 시작된 물음은
또 하나의 파도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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