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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충해 전하는 고약한 곤충이 있다
희미한 유년의 저편에서 손톱만한 날벌레 한 마리
내통한 창문이 들여보냈다
그땐 몰랐다
몰래 숨어든 버러지에겐 닉네임이 붙는다는 걸
괜한 매미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 그 해 여름
문전옥답 벼농사를 망쳐놓고 이마에 낙인이 찍혔다
팽팽했던 아버지의 얼굴에
골 깊은 주름 그려 넣었던 끝동매미 충
낯가죽을 벗겼다
씁쓸한 관계인 범인과 마주친 건 짜증나는 일
등록금으로 촌로의 가슴에 못 박은 것이
매몰차게 쫓아버리지 못하는 이유였다
중년을 염탐하러 왔던 길
투시경으로 못 자국 들춰내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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