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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흰 이무기는 박쥐 습성
낭떠러지에 거꾸로 매달린 그녀는
바다를 향해 내리달리던 몸
길게 늘어뜨리고 잠을 잔다
잠시 쉬는 짐승을 보며
올라타길 갈망하는 수컷들은
아이젠 쇠 발톱 찍으며
바일을 휘두르고 자일을 박는다
언제 꿈틀대며 일어나 포효하고
사나운 발톱을 치켜들지 알 수 없다
역린을 건드릴 때
비늘은 떨어져 튀밥처럼 흩어지고
그녀는 잠결에 꿈틀 댄다
심장이 콩알만큼 쪼그라들어
발이 미끄러진다 거미처럼
그네를 탄 후 균형을 잡는다
로프가 끊어질 듯 팽팽하다
지금은 쉽게 등을 내어주지만
깨어나면 오기마저 삼켜버릴 그녀
등반 마치고 뿌듯해하는 졸장부는
정상을 정복으로 착각하며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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