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 한 편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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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조회수:1079 125.178.168.80
- 2018-12-17 00:45:04
이런 시 한 편 쓰고 싶다
나무늘보
일 마치고 더운밥 한 공기 김치 한 가지라도
함께 먹을 좋은 사람 있어 마음 배부르고 등 따뜻해지듯
아무라도 한 번만 읽어도 감동으로 끄덕여지는
두고두고 읽다가 아끼는 사람에게 물려주는 시
오랫동안 힘써 깊은 곳에 울려 나오는 굵고 생생한 현장의 소리
벽 타고 넘어오는 저녁 뱃고동 소리 가공할 핵실험처럼
결국은 못 참고 터져버린 아재 개그 웃음처럼
사람들 굳은 귀 열릴 만큼 가슴 덥힐 시 말이다
한여름 더위 때 폭포수처럼 분수대의 뿜어대는 물 터널 같이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 시원하게 젖는 눈시울 닦듯
열린 창문 된장 냄새 도란도란 구수하게 사람 사는 이야기
구린 것은 구리다 더러운 건 더럽다 시끄러워 시끄럽다
많이 배워 엄청 잘난 얼굴 돈이면 다 되는 줄 잘못 배운 것들
지랄 염병하고 우라질 것들 육두문자 큰소리쳐도
나처럼만 살아봐라 한 마디면 모두 고개 숙이는
욕쟁이 할머니 목소리 당당하고 후련한 그런 시 한 편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