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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요람이었던 집을 떠나
아랫마을로 이사를 갔다
영혼을 비운 육신처럼
주인 잃은 안식처는 기울어지다가 무너졌다
그리고 몇 달 후
벽이 부서진 잔해에서 풀꽃이 피었다
석고처럼 깨어진 흙덩이가 뿌리내릴 터전
잡초에겐 삶을 피워 올릴 요람이었다
흙과 지푸라기를 버무려서 쌓은 외벽은
홀씨의 앞날을 둘러싼 진흙 봉인
가능성이 가부좌를 튼 면벽 이었다
물은 결박을 푸는 열쇠
때맞춰 내린 빗물이 봉인을 풀었다
육십 년 전 부모가 분가했던 굴피 집
모세가 팔십에 자식을 낳듯
팔순이 된 씨앗은 세상살이를 시작했다
어두움 속에서 빛의 때를 기다린 풀은
누군가 배울 잡초의 지혜였다
*면벽(面壁: 벽을 마주 대하고 좌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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