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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면벽(面壁)
소추김진우 조회수:1179 175.210.246.68
2018-11-02 20:46:31

어린 시절 요람이었던 집을 떠나

아랫마을로 이사를 갔다

 

영혼을 비운 육신처럼

주인 잃은 안식처는 기울어지다가 무너졌다

 

그리고 몇 달 후

벽이 부서진 잔해에서 풀꽃이 피었다

석고처럼 깨어진 흙덩이가 뿌리내릴 터전

잡초에겐 삶을 피워 올릴 요람이었다

 

흙과 지푸라기를 버무려서 쌓은 외벽은

홀씨의 앞날을 둘러싼 진흙 봉인

가능성이 가부좌를 튼 면벽 이었다

 

물은 결박을 푸는 열쇠

때맞춰 내린 빗물이 봉인을 풀었다

 

육십 년 전 부모가 분가했던 굴피 집

모세가 팔십에 자식을 낳듯

팔순이 된 씨앗은 세상살이를 시작했다

어두움 속에서 빛의 때를 기다린 풀은

누군가 배울 잡초의 지혜였다

 

*면벽(面壁: 벽을 마주 대하고 좌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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