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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 대한 보고서(3)
한관식 조회수:1422 59.24.241.229
2018-10-30 17:33:25

 

왼손에 대한 보고서(셋)
      한관식


119앰뷸런스에 실려 갔습니다 앞서 달려가는 사이렌소리는 내내 앞을 열어주었습니다 어쩌면 희망을 열어주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응급침대가 마중 나온 병원 복도를 지나 중환자 대기실에서 갓 지은 밥 냄새를 맡았습니다 입안에서 탱글탱글 거리는 밥맛이 손끝의 통증까지 묶어두고 싶은 늦겨울의 정오입니다 간호사가 뒤엉킨 핏덩어리를 누르며 소매를 잘랐습니다 이만큼 왔으면 몇 겹의 약속이 얹어져 버티고 있을 줄 알았던 왼손이, 잘려진 소매에 딸려 심장을 내걸 수 없게 떨어져나갔습니다 왼손의 마지막 눈망울을 보았고 마지막 비명을 들었습니다 싸늘한 체온 사이로 두터운 손때가 보입니다 불순하게 낚아채던 남의 재물도 있었겠지요 남의 행복도 꾸깃꾸깃하여 버린 적도 있었겠지요 오만傲慢도 놓지 않은 적도 있었겠지요 저 왼손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꼭 왼손이 필요한지 물었을 누군가에게 어느 날의 대답을 지금 합니다 봉합수술이 되지 않을 만큼 짓눌림이 심각하다는 의사의 판정에 힘을 실어주기위해, 굳이 없어도 된다는 동의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내 몸에서 체크아웃된 왼손에 대한 행방은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잘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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