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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묵란도(露根墨蘭圖)
소추김진우 조회수:1490 175.210.246.68
2018-07-19 22:02:32

베란다에서 돌보는 춘란

문틈으로 허락 없이 들어온

검은 고양이가 발톱을 손질하고 있다

 

뾰족한 날이 상처를 내기엔 충분하다는 듯

쥐도 못 잡으면서 화분 사이로 지나간다

쫓아버리려다 푸른 잎을 다칠까봐 어르고 달래서 내보낸다

 

다시 들어올까 문단속 하고

외출 후 돌아오니 활개를 치며 안방처럼 뒹군다

개구쟁이들이 베란다를 열어놓았나 보다

 

이번에도 골칫거리 돌려보내려는 순간

고양이는 난간에서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고 놀라 도망친다

애지중지 아끼던 난초 가족들은

선반 아래 널브러져 찢기고 뿌리가 드러난다

 

터전을 잃고 서러운 춘란

삶이 엎질러져 나라 잃은 백성처럼 슬프다

 

백 년 전 먹물로 화폭을 채워가던 선비

눈물을 삼키던 광경이 영화처럼 지나가고

광풍이 불어올 때 먹구름도 몰려온다

티끌 묻고 검게 피멍든 난들을

손으로 보듬어 심었으니 모래처럼 번성하길 빈다

 

창밖으로 알곡비가 내린다

 

*노근묵란도: 난의 뿌리가 드러나게 그린 수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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